미담플러스 박상희 기자

12월 23일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화성시환경지회의 간부 및 조합원 4명이 3개의 청소 업무 용역업체로부터 2025년 12월 31일 자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업체 측은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이 종료되었고, 계약 만료에 따른 계약 종료일 뿐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회는 이에 대해 계약만료라는 탈을 쓴 부당해고이자 노조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지회는 환경노동자의 실질 사용자인 화성시청에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는 업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청하고,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화성시 환경노동자의 노동안전과 생존권 문제에 화성시가 책임 있게 나설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체와 노동자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위반한 부당해고
노조는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은 1년 계약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매년 화성시의 직접노무비 지급 기준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왔고 인상분을 반영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매년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해왔다는 것이다. 환경지회는 "현재 15개의 용역업체가 화성시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근로계약의 기간이 형식적이라는 증거는 업체마다 계약 형태가 제각각인 것에서도 드러난다." 라고 주장했다.
<업체별 근로계약서 상 계약기간>
- 계약기간을 1년으로 명시 : 2025.1.1. ~ 2025.12.31.
- 계약기간의 시작 일자만 존재. : 2025.1.1. ~
- 계약기간의 시작 및 종료 일자 없음.
화성시가 청소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긴 것은 1997년 IMF 이후부터로, 계약 형태와 상관없이 노동자들의 고용은 유지되었다. 구역을 담당하던 업체가 입찰에서 탈락하더라도 새로 입찰받은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노동자들의 고용은 승계되었다. 실제로 모 업체에서 해고된 노조 간부 중 한 명은 16년째 일하고 있는 노동자이며, 이번이 네 번째 근로계약이었다. 환경지회는 "용역업체들과 노동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근로계약 만료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수십 년간 존재하던 업계 관행과 노동자들의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환경지회는 "노동자들을 해고한 3개 업체 중 2개 업체는 올해 새롭게 입찰을 받은 신규 업체로 기존 업체와 고용승계 확인서를 서명했다. 이에 따르면 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 이전 업체와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문서는 노동자들이 고용유지, 즉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지회는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업체가 계약 해지를 구실로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허점이 생겼다. 이는 용역업무를 맡긴 화성시가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화성시가 책임져야 하는 이유다."라고 발언했다.
화성시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 동안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고용노동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에 따라 과업지시서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행자는 용역계약기간 고용유지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환경지회는 "용역계약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계약을 해지한 것은 용역관리자 근로조건 보호지침과 화성시 과업지시서를 위반한 것이다. 화성시는 과업지시서를 위반한 업체에 즉각 시정 조치를 지시하고 근로계약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노동자들의 실질 사용자로서 노동자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화성시가 나서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라" 라고 촉구했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만 표적으로 삼은 노조 탄압
해고된 노동자들은 모두 화성시환경지회의 간부와 조합원이다. 3개의 업체가 12월 23일 한날한시에 이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업체는 해고 당사자들에게 보낸 근로계약 만료 사전 안내문에서 ‘본 근로계약은 근로계약 만료에 의한 종료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업체 말대로라면 모든 노동자에게 계약 종료를 통지했어야 한다. 그러나 업체들은 특정 조합원에게만 선별적으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노조는 간부와 조합원을 표적으로 삼은 이번 해고 사태가 노동안전을 위한 노조의 감시활동에 대한 업체들의 집단적인 보복성 조치라고 보고 있다. 지회는 환경노동자 산재 예방을 위한 환경부의 3인1조 작업 지침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화성시에 관리·감독을 요구해왔다. 그 결과 화성시의 지시로 모든 업체들이 인력을 더 채용해 3인1조 지침을 준수하게 되었다.
또한 수거차량에 달린 불법 발판에 탑승해 작업하다 벌어지는 산재사고가 많아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조는 발판 제거를 요구했고, 화성시는 11월 4일 자로 모든 수거차량에서 발판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발판 제거로 인해 작업 소요시간이 길어지자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2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모 업체는 “지회 조합원 박00이 민원을 제기해 발판을 제거하게 되었다”라며 노조 활동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환경노동자 중대재해 사망사고부터 부당해고까지… 화성시장이 나와서 환경노동자 문제 해결해야
노조가 앞서서 노동안전을 확립하는 활동을 해나가던 가운데 12월 5일 가로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빙판길에 미끄러진 승용차에 깔려 숨지는 중대재해 참사가 발생했다. 수개월 전부터 노조는 가로 청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화성시에 대책을 요구해왔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이었고 경사가 심한 급커브 도로였지만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않아 일하는 노동자가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중대재해 발생 후 노조는 화성시에 중대재해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지만 화성시는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환경노동자들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한 화성시는 이번 부당해고 사태에 대해서도 철저히 사측의 편만을 들고 있다. 12월 24일 노조는 화성시 자원순환과를 항의 방문했다. 과업지시서상 고용유지 의무를 위반한 업체들에 시정 지시를 내려야 하지 않느냐는 노조의 질의에 화성시청 공무원들은 ‘시가 업체 보고 이래라저래라 못한다’, ‘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라며 사태를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자원순환과 방문 후 지회는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사용해 온 화성시가 이제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할 때다. 중대재해 예방과 노동안전 확립, 고용유지 등은 진짜 사용자인 화성시가 이행해야 할 일이다. 지금 환경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화성시가 나서지 않아 곪다가 터져버린 상태다. 화성시장이 나와서 환경노동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화성시를 상대로 한 투쟁에 돌입할 방침을 밝혔다.
12월 30일 해고자와 지회 간부들은 화성특례시장실 앞에서 피켓팅, 선전전 진행 후 다같이 화성특례시청 로비 안으로 진입해 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12월 30일부터 화성특례시의 책임있는 대책 마련 요구하며, 시청 2층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실 앞에서 연좌농성, 밤샘농성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