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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베토벤 9번 교향곡

윤왕로의 음악이야기 5
백석대, 협성대 교수 역임. 화성심포니 지휘자
상명대, 가톨릭대, 국제대 강사역임.
독일 쾰른, 프랑스 디종 국립 음악원 졸업.

 

일반인들은 대체로 아홉수가 안 좋다고 생각한다. 29살, 39살, 49살……. 나이를 지나며 나쁜 일이 있었던 기억은 없는데 어쩐지 ‘9’는 좋은 숫자로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에서 교향곡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규모가 큰 곡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나인 심포니’로 통하며 CD도 길이 74분을 맞춘 마지막 교향곡이므로, 베토벤은 곡의 완성 후 몇 년 뒤 죽음에 도달했다. 

 

근대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천재적인 음악가다. 말러의 작품은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만 연주할 수 있는 어려운 곡들이 대부분인 클래식 음악의 진수이다. 하지만 그는 미신을 믿었고 염세주의적인 사상을 가졌다. 화려하고 사교적인 여인 ‘알마 쉰들러’와 결혼 후 아이가 생기기도 전에 작곡했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정말 아이를 잃은 사람의 작품처럼 슬프며 비극적인 미래를 예측했는데, 몇 년 후 말러의 큰 딸이 태어나서 갑자기 병으로 죽었다. 바람기가 넘치는 아내와의 갈등까지 겹쳐서 심리적으로 불우한 처지에 빠져 있는 말러에게 9번째 교향곡의 완성은 그를 깊은 근심에 잠기게 하였다. 

 

그의 스승 ‘안톤 브루크너’는 베토벤의 제자인데, 교향곡 9번을 작곡하다가 완성하지 못한 채 숨졌다. ‘안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9번이다. ‘프란츠 슈베르트’도 9곡의 교향곡을 작곡하고 죽었다. 자신의 선배 작곡가들이 9개의 교향곡을 완성 또는 미완성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을 알고 있는 ‘말러’는 9번째 교향곡을 작곡한 후 죽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9번째 작곡한 교향곡을 ‘대지의 노래’라고 이름을 붙여서 실제로는 9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지만, 번호는 8번까지 유지하여 죽지 않았다. 말러는 서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 교향곡을 작곡한 후 과감하게 미신을 타파하며 9번 교향곡이라 번호 하였고 얼마 후 사망하였다. 암울한 감성의 천재 음악가의 염세적인 삶에서 9번 교향곡의 징크스를 느끼게 하며 음산한 겨울의 스산한 바람과 함께 더욱 신비로운 말러의 음악에 심취하게 만든다.
 
 말러의 교향곡 모두 큰 스케일이며, 8번 교향곡은 5관 편성의 대규모 교향악단과 두 개의 합창단이 연주하므로 ‘1,000인 교향곡’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지역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연합하면 무난히 연주할 수 있는 교향곡이며, 환희가 넘치는 ‘천인교향곡’을 무대에 올려서 지역주민들이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아직 유명세를 타지 않았을 때 능력을 발휘할 기회와 지원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역 축제가 이루어지고, 미래의 마에스트로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