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3일, 경기도 체육대회 화성특례시 선수단 해단식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지역사회 전체에 깊은 부끄러움을 안겼다. 화성특례시장과 화성특례시의회 의장, 화성시 체육회장이 경기도 체육대회에서 받은 우승 트로피에 술을 부어 돌려 마시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자축의 분위기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시기와 장소, 행위 모두가 너무나 무감각하고 경솔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해단식이 열린 날짜가 아리셀 전곡산단 화재 참사 1주기 하루 전날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6월 24일, 화성 전곡산단의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날은 화성 특례 시민들에게 단순한 하루가 아닌, 집단적 상실과 애도의 상징으로 기억돼야 할 날이다. 그런데 그 전날 밤, 지역을 대표하는 공직자들이 트로피를 술잔 삼아 돌아가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연출하고 있었다니, 과연 이 장면을 본 시민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경기도 체육대회 우승 성과를 기념하는 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공직자라면, 그 '기념'의 방식과 시기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축하의 자리라 하더라도, 단 하루 뒤에 있을 23명의 시민이 희생된 아리셀 참사 1주기를 의식했다면, 그 술자리는 보다 조용하고 절제된 모습이어야 했다. 아니, 최소한 트로피를 술잔으로 사용하는 행동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트로피는 선수들의 피와 땀, 노력의 결정체이며, 공동체가 함께 이룬 성과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그런 트로피를 술잔으로 전락시킨 행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아픔을 외면한 공직자들의 집단적 무감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이 화성특례시장의 리더십 아래, 화성특례시의회 수장과 화성시 체육 관계자들이 함께 한 집단행동이었다는 점이 믿어지지 않는다. 화성특례시는 1년 전 아리셀 참사의 아픔에서 여전히 회복 중이다. 산재사망자추모비도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유족과 시민은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며 애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뽑은 공직자들은, 바로 그 기억이 떠오를 날의 전날 밤, 한껏 들뜬 모습으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묻고 싶다. “즐거우세요? 내일이 아리셀 참사 1주기입니다.”
공직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지역 공동체의 얼굴이다. 더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감각이 지역 행정을 지배하게 해선 안 된다. 시민은 보고 있다. 트로피에 술을 부은 그 사람이, 내일의 추모 앞에서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