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흰 눈은 보도블록 위에 슬픔처럼 내려앉고 있었다. 그토록 짧았던 가을은 쉽게 고개를 숙이면서 급격히 기온이 하강하고 찬바람과 함께 몸서리칠 만큼 낯선 기류를 타고 강추위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또한 뜬금없는 비상계엄령 선포와 이에 따른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탄핵을 외치며 추위와 싸우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 편에서는 탄핵 반대로 맞서고 있다. 여야 정치 집단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렇게 올겨울은 아주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통 신년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이 결심한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한해를 계획하며 ‘올해는 정말로 달라질 거야’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결심의 시작은 늘 아름답다. 하지만 좌측 발목 골절환자인 나로서는 꽤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 여전히 발목 골절 치료가 계속 진행 중이라서 몸은 여러모로 힘들지만,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살아간다. 그로 인해 삶은 더 풍요롭게 느껴진다. 문득 oo 파출소장으로 재직할 때의 일이 생각 난다.
2024.9.12.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 2022~2052년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 가구는 불과 13년 후인 2038년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넘어선 뒤 2052년에는 1,178만8222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1인 가구는 2037년 971만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1인 가구 증가의 문제점은 고령층 위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1인 가구 중 고령 가구의 비중은 2052년에는 51.6%까지 높아져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가며, 특히 80세 이상인 1인 가구가 23.8%로 전 연령대를 통들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추계를 발표하였다. 위와 같이 가구의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와 지방정부가 사회보장 제도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제까지는 가구 기준하여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가 개인 단위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07년 활기찬 노년(Active aging)모델을 기반으로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GNAFCC)라는 국제연대를 발족하였다. 고령친화도시의 조성을 위해 필요한 도시환경정책에 대한
내 귀에 달콤한 말을 건네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나의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1월 14일 오후 4시에 있었던 동탄 4동 신년인사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농담도 던지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돕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에게 직언을 하는 사람은 때로 듣기 불편하고, 내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들이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말일 수 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같은 날 오전 11시 동탄 8동 신년인사회에서 마지막 시민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기념사진을 찍으며 급히 행사를 마무리했다. 그 시민은 "우리는 밤잠을 설치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추운 날씨에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절박하게 나와서 서 있습니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 우리 시민들 편안하게 살게 도와주세요."라고 절규했다. 그러나 사회자는 시민의 발언 중에도 신년인사회를 급히 마무리하며, 그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시민이 있다면, 그 자리를 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들과 눈을 맞추고, 손
시민의 인권을 말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그 가족들은 인권운동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자녀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인권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을 읽고 쓰게 될지도 모른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처럼 ‘위선’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에 종종 직면한다. 필자가 처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할 때 가족들에게 받았던 질문도 ‘과연 너는 얼마나 가족에게 충실한가’ 였으며, 지금 정치의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도 ‘과연 네가 지지하는 정치 조직은 얼마나 민주적인가’ 이다. 요즘과 같은 극단적인 대립의 사회에서도 필자가 계속 온건하게 말하고 끝까지 서로를 존중하고자 노력해온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지 않았을지 돌아본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을 말하는 사람은 삶의 방식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드라마 『소년심판』의 대사처럼,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가운데 매일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 시민은 일상에서도 민주적인 생활을 경험하고 있는가. 일상의 민주주의는 가족이나 이웃 사이의 대화에서부
화성시의 예산 편성은 지역 발전과 시민 복지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척도다. 최근 ‘프로진출을 앞둔 화성 FC의 연간 운영비로 본예산(63억 9천)을 넘어 추경까지 포함 100억 정도는 들어갈 것이다’. 라는 김종복 화성특례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의 발언이 있었다. 2025년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에는 고작 2억 원이 배정됐다. 이런 현실은 시민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송선영 시의원은 “마을 공동체 예산이 2억인데,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축제 예산 1건에 2억인 경우도 있다. 화성특례시 전체 마을 공동체 예산 2억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마을 공동체 예산도 동부와 서부에 균형도 깨졌다고 본다. 행정은 서, 남부권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이러한 예산 분배가 시민의 피부에 와 닿는 행정일까? 화성 FC 프로진출은 지역의 축구팀으로 화성특례시의 자부심을 높이고,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연대감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스포츠를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와 도시 이미지 제고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그러나 거액의 예산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아침이면 찬 서리가 온 대지 위를 덮고 얼어붙은 잔디가 화살촉 같이 날을 세운다. 앞산의 숲은 고적하게 야위었다. 가난한 숲의 모든 나무가 야위어 있다. 야윈 숲속의 나무는 한오라기 거짓도 없이 자기를 드러내 보이면서도 추함이나 부끄러움도 없다. 늘 조용하고 침착하게 그 자리에 서서 추운 겨울의 아픔을 견딘다. 그 작은 풍경 사이로 밤이면 별들이 들꽃처럼 피어난다. 그지없이 평화롭다. 새 달력을 벽에다 걸었다. 읍내에 사는 내가 새 달력을 걸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한 가지도 없다. 몸 아픈 날만 빼면 그날이 그날일 뿐인 일상이다. 그래도 원죄를 탕감받을 요량으로 지하철 입구의 노숙자가 손을 벌리면 몰래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놓아주었고, 연말엔 구세군 냄비에 지갑의 돈을 넣기도 했다. 이토록 소박하게 살아가는 촌부(村夫)의 눈앞에 자꾸만 놀라움과 허탈감으로 어깻죽지에 힘이 빠진다. 어느 권세에도 빌붙어 본 적 없이 나름의 역사를 몸으로 때우면서 살아왔건만, 늘 실패만 하는 정책결정자들에게 분노하게 되고, 앓는 소리만 하는 경제에도 노여워한다. 이런 사정을 나 몰라라 제 잇속만 챙기는 정치권에는 더 분개한다. 서로 남 얘기엔 귀 막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며 분
매년 새해가 되면 설레는 마음이 우선이지만 2025년은 애도의 마음이 우선한다. 지난 12월 29일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영면을 우선 추모하며, 마음 아파할 유가족 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해 목표를 정하고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며칠 지나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어 실천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실천하기 어렵게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도 했겠지만, 그간 소소한 목표들을 이루는 성취감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소소한 성공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큰 성공만을 대단하다 인식하고 있어서 작은 실패는 그 과정일 뿐이기에 쉽게 지나쳐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성공이 모여져야 큰 성과를 이룰 수 있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사고의 경우에도 하인리히 법칙(1:29:300)있다. 1건의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29건이 경미한 사고가 있었으며, 300건의 잠재적 사고나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성공이나 사고 모두 전재된 상황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마는 하루
‘삼성 이후의 화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최근 삼성전자 글로벌 인프라 총괄 조직을 화성 동탄에서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화성하면 ‘삼성전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과연 앞으로 삼성과 화성의 미래는 어떨지 필자 역시 궁금하다. 물론 삼성전자 캠퍼스 전체를 옮기는 차원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이전계획이 미칠 효과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화성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시민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화성과 삼성의 미래를 더욱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지금의 화성을 볼 때,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해외 언론이 한국을 바라본 것처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분명 인구 103만의 도시, 곧 특례시가 될 도시 화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가 주목할 도시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때가 가장 긴장하며 도약에 더욱 절실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필자는 2017년 동탄중앙이음터 운영협의회 위원으로서 활동할 때부터 이미 지역사회에서 ‘삼성 다음의 화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일개 마을활동가의 고민을 누가 진지하게 듣고 정책의제로서 고민하겠는가. 결국 정치가 지역을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을
지난 2023년 6월 13일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공포되었고, 2024년 6월 14일에 시행되었다. 동법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수소 발전 등 첨단기술 활용을 통하여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에너지공급의 안정을 증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특히 이법은 내년 시행예정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와도 관련이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역에서 생산하여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와도 의미를 같이한다. 발전소가 많은 지역은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발전소가 없는 지역은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수도권의 전력 자급률은 서울 10%, 경기 62%, 인천 186%이다. 인천이 서울과 경기도에 비해 자급률이 높은 이유는 천연가스인 LNG 소규모 발전소가 다수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현 자급률로 유추해볼 때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화성시에 소재한 기업체 또한 전기요금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법이 갖는 의미는 개인이나 사업자, 지자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일정면적 이상의 건축물이나 택지개발, 도시개발을 하는 경우에는 에너지사용량의
최근의 비상계엄 등 불안정한 대내외 정세는 차치하고, 개인적으로는 단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10월 말경 다친 발목 골절 때문에 지금은 재활치료를 하고 있고, 발목을 최대한 편안하게 하기 위해 목발에 온몸을 의지한 채 생활한다. 그래서일까. 공직 생활 34년, 은퇴 후 근엄했던 옛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발목 골절 사고 당시 초기에는 휠체어와 목발까지도 지참했던 터라 그때 비하면 지금은 좀 편해진 듯하다. 그래서인지 나의 행동은 작은 일이라도 쉽게 여기지 않는다. 늘 하루를 시작하기 전, 다치지 않겠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매사 신중히 생활한다. 통원 치료차 자동차를 타고 병원 앞에 내린다고 해도 목발을 짚고 병원 입구까지 걷다 보면 그 짧은 거리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면서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많은 땀을 흘린다. 매사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불편을 잠깐이나마 겪고 나서야 일상생활에서 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하는 분야로서, 너무나 바빠만 보이는 의사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