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눈이 오면 그저 즐겁기만 했다. 비료포대에 볏짚을 넣고 동네 아이들과 미끄럼놀이를 하며 눈싸움과 눈사람 경연을 즐겼던 기억은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의 폭설은 그 추억과는 다른 차원의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며칠 전 기상청의 예보대로 눈은 예상보다 일찍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뭇가지에 살짝 쌓이는 정도였지만, 이내 폭설로 변하며 도로는 미끄럼판이 되고 도심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안내문자가 쏟아지고 대중교통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평소보다 몇 배의 시간을 들여야 했고, 온종일 꼬인 일상은 사람들에게 큰 피로감을 안겼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닌,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의 한 단면이다.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겨울에는 예측 불가능한 폭설이 도시를 멈추게 만든다. 한때 '기후변화'로 불리던 현상은 이제 '기후위기'라는 단어로 우리를 경고하고 있다. 이번 폭설은 수도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극심한 불편함을 안겼다. 눈길에 버스는 멈추고, 도로 위의 차량들은 빙판 위에서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염화칼슘조차 무용지물이 되고, 발목을 넘어서는 눈은 보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
풍연심이란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라는 뜻입니다. 원문은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編)”에 나옵니다. 夔憐蚿 蚿憐蛇 蛇憐風 風憐目 目憐心 心憐夔 (기연현 현연사 사연풍 풍연목 목연심 심연기) 위 한자를 해석하자면 아래의 내용입니다. 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이 기(夔) 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기에 발이 100여 개나 되는 지네(蜈)를 몹시도 부러워했습니다. 그 지네에게도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蛇)이었습니다. 발이 없이도 잘 가는 뱀(蛇)이 부러웠던 것입니다. 그런 뱀도 움직이지 않고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냥 가고 싶은 대로 어디론지 싱싱 불어 가는 바람이기에? 말입니다. 그 바람에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目)을 부러워했습니다. 눈(目)에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했습니다. 그 마음에 물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부러운 것이 있습니까? " 마음은 의외로 "제가 가장 부러운 것은 전설의 동물인 기(夔)"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경기도 산업입지과 취재를 통해 산업단지계획 변경 심의 결과의 의미를 공유한다. 11월 27일 화성 전곡해양 일반산업단지 산업단지계획 변경 경기도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심의는 지정폐기물 매립장 설치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로, 지역 주민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형태로 나뉠 수 있다. 1. 부결 의결 심의위원회가 상정 안건의 내용이 불합리 하거나 환경 주변지역 여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하여 부적절한 것으로 의결 하는 경우 부결된다. 부결된 안건은 1년간 경기도에 심의 상정 하지 못한다. 2. 재심의 의결 보완된 계획안을 심의 위원회에 제출하여 다시 논의한다. 재심의 결과에 따라 가결, 부결, 추가 보류 등이 결정된다. 3. 가결 의결 – ‘지정폐기물 매립장이 설치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원안 의결 고시: 심의 결과가 의결되면 해당 산업단지계획 변경안이 고시된다. 실행 단계: 사업자는 변경된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 변경 내용이 산업단지 관리계획에 반영되어 공사 단계로 진입한다. 쉽게 말해서 전곡해양 일반산업단지 폐기물 매립장이 일반에서 지정 폐기물 매립
밤의 끝자락, 곧 먼동이 터올 즈음, 세상은 오직 나만이 존재한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나부끼는 낙엽은 마른 언덕 잔디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고, 그해 겨울날의 기억은 소복이 피어난다. 그해 겨울날도 온 세상이 눈에 파묻혔다. 당시 함께 걷고 있던 강아지는 온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발자국을 찍었다. 천지가 순연(純然)한 빛으로 채워지고 눈발이 주위의 모든 소리마저 덮어 버리던 날,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었고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었다. 순백의 세계에 취했던 걸까. 새벽부터 눈길을 걷다가 넘어져 병원에서 30바늘이나 꿰매는 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러고도 간호사가 엉덩이에 항생제 주사를 놓았다. 현장 근무할 때는 툭하면 다치곤 해서 시련이 많았지만, 퇴직 후 크게 다친 건 처음이었다. 병원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더니 눈 주변이 계속 부어올랐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숨이 콱콱 막혔다. 급히 다시 병원으로 내달렸다. 계속되는 통증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에게 디클로페낙(diclofenac) 부작용인 것 같다며 의사는 ‘잘못되면 죽을 수 있으니 더 힘들다고 느껴지면 큰 병원으로 즉시 옮겨야 한다.’라면서 준비를 서두르라고 한다.
차가워진 새벽공기 냄새를 맡으니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완전한 겨울이 오기 전, 우리 소방은 그에 맞는 시책추진과 예방활동을 시작한다. 올해 11월은 77번째 맞는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불조심 강조의 달은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 화재 발생이 많은 겨울철이 오기 전에 화재예방 분위기 조성과 불조심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홍보와 활동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성시 겨울철 화재는 695건으로,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부주의(42%)와 전기적 요인(34%)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담배꽁초 방치, 음식물 조리 중 자리비움, 불씨 및 화원방치 등 화재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기구 사용이 급증하면서 화재 위험이 더욱 커진다. 전기장판, 전기히터, 난로 등은 사용 중 과열되거나 전기 합선이 발생할 수 있어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은 전기기기 사용 시 반드시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 과부하를 피하며, 사용 후에는 전원 차단을 습관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난방기구를 사용 중에는 주변에 불이 붙기 쉬운 물건을 두지 않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 전인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대한민국 정보공개포털' 웹사이트의 검색어란에 '유통3부지'를 넣고 엔터를 눌렀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장지동 1131'이란 주소를 넣어봤다. 어라? 필터링 된 몇 개의 문서가 눈에 들어왔다. 각 문서에는 '장지동 1131번지 동탄2 도시관리계획(시설-유통업무설비) 입안의 제안'이라는 제목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비공개 문서였지만 그토록 바라던 '유통3부지에 들어설 시설이 드디어 수면 위로 나올 때가 된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동탄2신도의 마지막 유통부지, 이 거대한 부지에 대체 뭐가 들어올까. 기대감에 들뜬 채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 유선으로 문의하니 뭔가 알려주길 꺼려하는 듯한 담당 주무관. 뭔가 느낌이 쎄 하다. 재차 물어보자 시설이나 규모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입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기대감은 순식간에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지역 주민들을 분노하게 한 초대형 물류센터, 이것이 우리 주민들에게 알려진 첫 순간이었다. 물류센터의 규모는 이제 대부분의 주민이 알고 있을 것이니 너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하 포함 121미터. 지상만 90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식민 사관(史觀)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지역을 바라보는 ‘식민 사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일본의 지배하에 한국 경제가 성장했다는 식의 관점은 대한민국에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가 아닌 지역의 단위에서 볼 때, '우리 지역이 부족해서 서울로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서울로의 집중은 대세일 수밖에 없다'라는 식의 관점은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공유되고 있다. 다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대한민국도, 특례시를 코앞에 둔 화성시도 이제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반드시, 그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최근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를 둘러싼 문제를 보며, 백만 특례시 화성에 도시에 대한 ‘상상력’이 더욱 절실함을 체감한다. 한때 유명 브랜드의 대형 쇼핑몰까지 언급되었던 부지에서 최근 물류센터 위주의 조성계획이 논의되면서 인근 지역 주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당 부지는 생태공원과 인접한 지역이며, 주변 도로들은 아이들의 통학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을 행정 절차
첫 글에서 짝수 글은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기로 하였기에 이번 글은 사람들이 살아감에 있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 글의 제목인 ‘now-here & nowhere’는 사회복지를 전공한 이들이라면 자주 들어본 이야기의 주제이고 그 뜻은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흔히 알고 있는 글로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는 산책을 하다 길가 풀숲에 클로버가 보이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혹시나 네 잎 클로버가 있는지 찾기 위해 풀잎을 이곳저곳 젖히며 열심을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네 잎 클로버를 찾지 못해 나는 운이 나쁜가봐 하며 그냥 가는 사람이 있고, 혹자는 더욱 자세히 젖히며 열심히 찾은 끝에 네 잎 클로버를 찾아 기쁜 마음을 갖는 사람도 있다. 어렵게 찾은 네 잎 클로버를 책 사이에 끼워 말리고, 코팅을 하여 책갈피로 사용하거나, 지갑이나 수첩에 소중하게 간직하는 이들도 있다, 마치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처럼 여기며...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을 뜻한다. 행운을 뜻하기에 네 잎을 찾으면 마냥 기쁘고 자신에게 행운이 올 거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소중하게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하
화성시장이 부당해고된 화성도시공사 공공운수노동자들에게 “경기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하겠다”라고 약속했다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이와 상반된 현실을 전하고 있다. 특히, 화성도시공사에서 벌어진 부당해고 사례는 이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지 여실히 드러낸다. 2020년 화성도시공사의 버스공영제 1기로 입사한 안웅규 지회장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부당해고를 당해 복직 판정을 받았음에도 복직이 지연되고 있다. 일반 조합원들은 복직되거나 퇴사 절차를 밟았지만, 유독 노조 지회장인 그에게만 차별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화성시장의 "경기도 최고 대우" 약속이 단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낸다. 애초에 공기업인 화성도시공사가 수십 명을 부당해고 한 것부터 부끄러운 일이다. 백만 화성이라고 자랑하기 이전에 백만 화성에 어울리는 행정이 맞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시의회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 해결에 역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는 화성도시공사 사장을 불러들여 철저히 따져 묻고, 행정사무감사뿐만 아니라, 내년도 화성시 예산안에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노동자
‘지옥에서 온 판사’ 시청률로 드러난 한국 법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 사회의 법적 문제를 예리하게 조명하고 있다. 악마 판사를 주인공으로 삼아 대중의 분노와 정의에 대한 갈망을 담아낸 이 드라마는 현재 법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중의 분노를 일으키는 판결과 실효성 없는 법 제도 주인공인 악마 ‘강빛나’ 판사는 일반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린다. 이는 현실 법정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로, 한국의 법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최근의 대형 사건들에서 드러난 권력층의 부패, 비리, 중대 범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등은 국민의 신뢰를 계속 무너뜨리고 있으며, 이러한 실망이 드라마의 인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형식적 처벌보다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드라마 속 판사 강빛나의 행동은 허구적이지만, 정의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죄인을 법으로 심판하는 대신 살인이라는 극단적 행위로 처벌을 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14.4%를 기록하며 많은 국민이 공감과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