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카이스트 석사 졸업생인 신민기 씨가 “R&D 예산 복원하라”고 외치다가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붙들린 채 행사장에서 끌려나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라며 “도전하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손을 굳게 잡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난해보다 5조 2000억 원을 삭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산을 삭감해 놓고 확대하겠다고 말했고, 생색내지 말고 예산 복원하라고 사실을 말한 시민은 끌려나갔다. 언행불일치의 끝판왕이요, 국가폭력을 대놓고 자행하는 공포정치로의 회귀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를 우리는 경계한다. 말이 무성해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비단 윤석열 대통령만 언행불일치할까. 그렇지 않다. 나도 그럴 때가 있고, 우리 모두 내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때 우리는 상대의 실망이나 비판을 경청하고 사과한다. 정직하게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할 때 오히려 용서와 화해가 따라오기도 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미워하는 태도는, 약속을 어긴 행위 자체보다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사
조선시대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였으며, 역(驛)은 바로 그들의 출발지와 종착지, 그리고 중간 기착지에 설치된 공공기관이었다. 동양에서 역전(驛傳)제도는 중국 고대국가에서 시작되었다. 주(周)나라는 이미 기원전 10~9세기 경에 마차와 도보에 의한 전거(傳遽)제도와 사신 접대를 위한 관사(館舍) 제도를 실시하여 교통과 통신의 기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나라의 전거제도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며 더욱 체계화되고, 통일왕조인 진(秦)·한(漢) 시대에 정(停)·우(郵)·역(驛)·전(傳)과 같은 다양한 조직으로 정착되었다. 역은 소식을 전달하는 기관으로 한나라 무제(武帝) 때를 전후하여 나타난다. 역은 대체로 30리마다 설치되었는데 말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전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었다. 진·한의 교통조직은 수(隋)·당(唐)을 거치며 점차 통합되어 우와 역, 관사를 포괄하는 역전제도로 발전하였고, 송(宋)의 체포제(遞鋪制), 원(元)의 참적제(站赤制)를 거쳐 명(明)의 역체(驛遞)제도로 발전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제도를 수용하여 역을 두었는데, 그 기능은 대략 다음의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전명(傳命) 기능으로 중앙과 지방 사이에 왕명을 비
피라미드를 발굴하던 고고학자들이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우리나라의 나발같이 기다란 모양의 트럼펫 두 개를 발굴했다. 트럼펫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 군대행진 조각 작품에도 있듯이 고귀한 음색의 악기로 왕을 상징하며 신의 소리, 천사의 노래로 숭배된 성스러움을 당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세 교회의 벽화에도 트럼펫의 그림이 여럿 남아있고 호주와 뉴기니의 원주민들은 종교의식이나 신호용으로도 사용했다. 바로크시대까지 원시적인 모습의 트럼펫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연주될 때쯤에 개발되었고, 19세기 후반부터 현대적인 트럼펫이 생산되어 금관악기의 황금기를 열고 있다. 헨델의 메시아의 2부 마지막곡 ‘할렐루야’부터 메시아의 끝까지 트럼펫은 오케스트라에서 시종일관 중요한 부분을 연주 하는데, 승리하신 예수를 의미하는 트럼펫 연주는 소수의 연주자만으로도 드넓은 예배당을 압도할 만큼 음색과 음량이 찬란하다. 우리나라의 음악대학의 관현악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지향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금관악기 파트는 우리 학생들에게 큰 도전의 기회가 많은 부문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같이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에는 외국연주자가 많이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금관악기 연주자가 외국 오케스트
문화예술은 하드웨어의 확장과 소프트웨어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보강하는 일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만 콘텐츠라는 씨앗 없이는 싹을 틔울 수도 열매를 맺게 할 수도 없다. 반면 콘텐츠는 있으나 담을 그릇이 없다면 이 또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공존은 그래서 중요하다. 현재 각 지자체들은 체육시설과 문화예술시설을 건립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사라져가는 지역 문화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지역의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보자. 지자체마다 존재하는 유형, 무형 문화재는 지속적인 관리와 육성이 수반되어야 미래로 계승될 수 있다. 박물관, 공연장과 같은 기반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문화생활에 대한 소외감을 해소시키고 지역 문화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관광산업은 또 어떠한가? 관광객유치의 기본은 ‘머무를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다양한 관광자원을 통해 머무르고 싶은 도시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하드웨어 확장에 따른 시설 인프라가 기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확장만으로는 문화예술 사각지대인
2월 22일 화성시의회에 취재차 갔다가 ‘치마가 짧으면 남편이 싫어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동료 기자로부터 받았다. 내 치마는 그리 짧지 않다. 지금이 여름도 아니고 겨울이라 두꺼운 레깅스에 긴 부츠까지 신었고 무릎까지 내려 오는 치마에 스카프, 상의로는 재킷까지 걸쳤다. 메이크업을 못 해서 레드 립만 발랐고, 너무 수수한 거 같아 우아한 귀걸이와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었다. 어떤 사람은 나를 ‘패셔니스타’ 라고 부르기도 하고, ‘연예인 같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설마 50이 가까운 내가 정말로 예쁘진 않을 텐데 말이다. 치마가 짧다는 소리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불편해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인사도 안 하냐”라는 말을 들었다. 서 있으면 “기자가 서서 인사하는 거 보기 좋지 않다”라고 하고, “앉아 있으면 인사도 안한다" 라고 한다.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다행히 기사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나 보다 싶다. 유독 내가 뭘 입고 다니는지, 향수는 뭘 뿌리는지, 주량은 얼만지, 결혼은 했는지, 어떤 정치인, 언론사와 친한지, 궁금해한다. 나에 대해 멋대로 평가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 영혼은 살짝 스크레치가 난다. 그럼에도 이제는 연륜
22대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적 이슈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시기는 유권자들에게는 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을 보장해 줄 후보를 눈여겨 선택하기 위해 눈 쫑긋 귀 쫑긋하는 시기이며, 자신이 몸담은 사회가 보다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할 후보를 선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여성도 군에 복무해야 경찰과 소방공무원에 지원 가능하게 하겠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와야 온전한 시민권을 주장할 수 있다’라는 논리다. ‘소방관 경찰관이 되려면 여자도 군대를 가라’는 정책은 왠지 모를 불편함을 준다. 물론 이 정책의 내용에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치러진 몇 번의 선거에서 이런 주장이나 논란들이 제기되어 왔고, 논란의 당사자인 정당은 20~30대 남성들의 적극적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여성 징병제 주장. 곧,’여자도 군대가라’라는 말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4년 군가산점제가 채용에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제기가 생기면서부터 나온 말이다.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이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근거로 ‘군 복무 기간 가산점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건강한 정보생산과 더불어 공유가 필수적이다. 사회가 조금씩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지하고, 응원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견인해 나갈 공동체미디어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주어진 역할을 잘 하는 것과 더불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개개인의 능력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의식이 더 커진다면 우리사회는 좀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공동체미디어는 민주사회의 도로와 같다. 민주사회는 개개인 모두가 주체인 사회이다. 개인을 모양과 성격이 다른 다양한 차량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 차량이 소통하기 위한 통로가 공동체미디어다.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은 10W이하의 소출력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송국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1년에 새로이 공동체라디오방송국신청을 받기 전까지는 7개가 15년간 운영되고 있었다. 7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은 관악FM,마포FM,성서공동체FM,영주FM,성남FM,금강FM,광주시민방송이다. 2021년, 15년만에 신규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신청을 받았는데, 2022년 현재, 20개 신규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허가를 받았다. 이후 언제
취재를 하다 보면 재미난 일이 많다. 기자들끼리 웃으며 하는 말로 '오보' 의 기준은 '대상이 기분 나쁘면'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기사를 내려달라' '이름을 빼달라' 등의 전화를 받았다. 또 여러 루트로 “제보자가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취재의 기본 중에 기본이 취재원 보호다. 내가 취재원을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고 제보하겠는가? 그러니 제보자가 누구인지 묻지 말아 달라.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 활동하며 기자회견의 짜릿함,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가, 1면 기사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줄 한줄 기사의 무게를 깨닫고, 언제든 기사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명확한 팩트를 쓰겠다' 라는 나의 마음은 점점 더 강해진다. 사람이 인생을 사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지금껏 일어난 일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하며 행복을 추구했다. 항의 전화 받는 기사를 쓰는 기자가 ‘비로소 진짜 기자’라고 좋게 생각한다. 사실 누구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기사를 쓰지는 않는다.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누군가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다면 마음 푸시길 바란다. 나도 내 마음에 꼭 드는 기사를 쓸 때까지, 그 날이 올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콘텐츠 시장의 변방이었다. 콘텐츠 제작비는 미국의 3%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내수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그 시절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비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K-드라마와 영화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인간의 내면을 파고 들어가는 깊이와 디테일”을 꼽았다. 탁월한 연출력과 섬세한 연기, 무엇보다 인간의 내면을 부드럽게 때론 매섭게 표현해 낼 수 있었던 ‘스토리’가 주요했다는 말이다. K-웹툰이 일본시장을 넘어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도, K-FOOD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 이유도 알고보면 콘텐츠 곳곳에 묻어있는 스토리의 마법에서 비롯된다. 관광산업에도 스토리는 주요했다. 호주 시드니의 ‘VIVID SYDNEY’는 단순한 조명예술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5~6월 한 달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 세계 최대의 빛 축제로 거듭날 수 있었다. 덴마크는 또 어떠한가? 안델센의 캐릭터를 도시 이곳저곳에 배치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성장시켰다. 흔히들 비즈니스 1세대라고
화성의 장시와 교통에 대해 시리즈로 연재하려 한다. 지역학연구를 하다보면 지명, 장시, 나아가 지역의 교통의 흐름에 관해 집중하게 된다. 우리 삶의 흔적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고에서는 “장시”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다. 장시란 인적·물적·시간적 공간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합쳐져 교환의 기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제도를 말한다.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장시는 사람들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한 영역으로 존재하여 왔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무릇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포괄적 개념들의 의미를 밝히기는 쉽지 않듯이, 장시의 뜻도 부족함이 없이 밝히기가 쉽지 않다. 장시는 우선 ‘모이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결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며, 인적·물적·시간적·공간적 요소들이 한데 모여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가 바로 장시이다. 이렇게 묘사된 장시는 다시 크게 두 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 하나는 물화교역(物貨交易)의 장소를 뜻하는 구체적 장시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형성기능이 강조된 논리적 범주로서의 추상적 장시이다. ≪만기요람 萬機要覽≫ 각전조(各廛條)에 “행상이 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