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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민참여활동, 이제 ‘시즌 2’로 넘어가야 한다

백현빈 / 화성특례시 주민참여예산위원장

 

동탄 등 화성의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역 활동이 부족한 점에 대해 여론의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지역구 정치인이 중앙당의 갈등이나 정당 간의 대립, 대선 구도에 몰입할수록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지역은 아직도 문제가 많고 변화의 속도는 더딘데, 지역에서 가장 막중한 책임을 가진 정치인들은 어디에 있는지 되물을 수 있다.

 

문제는 지역을 위한 정치인이 크기 어려운 현실적인 구조에 있다. 지역 주민조차도 지역의 문제들에 대해 답답해하면서도 대다수는 정치를 외면하고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진 입장에서는 양쪽 진영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정당과 계파의 논리보다 지역과 민생을 말하는 정치인은 현실적으로 상당수 정당의 경선 과정에서 선출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과정에서 정치와 시민은 자꾸 괴리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시민과 정치를 단계별로 이어주는 촘촘한 연결고리가 부재한 것이다. 필자는 실제로 지난 칼럼에서 이러한 정치의 실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바가 있다.

 

지역에서 시민과 정치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을 ‘투기’나 ‘실거주’만이 아닌 ‘투자’의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는 지역에서 단기적인 이익만을 고려한 접근은, 변수가 많은 시장에서 늘 불안하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때에는 이러한 전략이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실거주만을 생각하는 접근도 자칫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사고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요소들이 하나둘씩 불편해지며 지역 전반에 불편함이 누적되는데 문 걸어 잠그고 집 안에만 박혀서 안분지족한다면 결국 그 불편함이 내 집 문을 열고 스며들어올 것이다. 지역에서 정주하며 내가 더 살기 좋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해보는 ‘투자’의 접근이 필요하다.

 

참여하고 행동하는 주민을 지치게 만드는 주민참여 제도 전반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의 대다수 주민참여 제도는 행정의 주민 불신으로 시작하여 이로 인한 소극적 제도 운영으로 이어지고 그 가운데 참여한 주민의 효능감 저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서로 간의 친목을 다지거나 일정한 직함을 얻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진정성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참여할수록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제도는 변질되기 시작하고 행정에서는 다시 이 제도에 대한 회의를 갖고 참여자를 더 불신하게 된다.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행정에서 보다 많은 주민의 참여를 촉진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시·공간의 제약을 줄여 새로운 참여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참여를 연습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소위 ‘보는 눈’이 많아져 제도도 더 건강한 방향으로 투명하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민참여 제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때 참여자의 효능감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의 주민참여 활동은 지역의 현안에 밀접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주민참여의 현장에서, 주민이 무엇이든 참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민주주의의 과정을 중시하는 점에서 이러한 관점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다수의 시민은 고대 사회와 같이 거대한 담론을 논의하는 자체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문예에 대해 상류층이 논의하는 유럽의 ‘살롱’과 같은 장이 보편화되는 것은 쉽지 않다. 참여를 했다면 나의 일상에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필자는 이를 특히 지역사회 청년정책 등의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다. 일상의 터전인 지역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회실험 공간, 리빙 랩(Living Lab)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 달 초순이면 필자의 화성특례시 주민참여예산위원장으로서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동시에 현재 내년도 화성특례시 사업에 관한 주민참여예산 제안이 접수 중이다. 참여예산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참여 제도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시민의 힘은 얼마나 더 커지고 깊어질 것인가. 우리는 앞으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문화국가를 향한 따뜻한 정면돌파, 백현빈]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전공)

-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 화성특례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위원장

-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앵커 역임

- 화성특례시 문화자치 참여시민협의체 공동운영위원장

- 화성시 제2기 청년정책위원회 위원장

-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5, 6기 문광복지분과 위원

-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