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중학생들이 지역의 환경보호에 적극 나섰다.
화성시 동탄 석우중학교의 학생 주도성 프로젝트 동아리 ‘독서아카데미’ 학생들이 2023년 활동 주제로 ‘화성습지’를 선택하고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관련해 이들은 8월 14일 화성습지를 탐방했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이 탐방 안내와 해설을 맡았다.

석우중 학생들은 이날 오전 화성습지의 대표적인 요소인 ‘매향리갯벌 습지보호지역’과 ‘화성호 습지’, ‘화옹지구 습지’를 차례로 탐방했다. 넓게 펼쳐진 매향리갯벌에서 국제적 멸종위기(EN) ‘저어새’를 관찰하고, 도요물떼새 무리를 보고 설명을 들었다. 또 갯벌 표면을 그득 덮은 칠게를 관찰했다. 화옹지구 습지에서는 저어새와 물닭, 뿔논병아리, 논병아리, 대백로, 왜가리, 검은머리갈매기 등을 탐조했다.
점심 뒤 오후에는 매향리 평화기념관을 방문했다. ‘존치건물’에 들어가서 54년 매향리 쿠니폭격장에 얽힌 역사와 피해실태 등을 듣고, 사격통제소(사격지휘소) 앞에서 과거 전투기 폭격의 해상 타깃이었던 바다 위 농섬을 전망했다. 뜨거운 8월의 햇살을 피해 평화기념관에 들어가 하루의 소감을 나눔으로써 탐방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은 네 모둠으로 나뉘어 활동 소감을 나누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개발하는 것보다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갯벌과 화성호처럼 탁 트인 경관을 접하는 게 처음이다, 도시에만 살다가 여기 오니 너무 좋다.’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또 ‘쿠니폭격장 역사를 통해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정한철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스스로 지역의 환경을 지키겠다고 주제를 정하고 연구해온 석우중 학생들이 대견하다. 애쓰시는 지도교사들께도 감사하다. 지역의 국제적인 자연유산 화성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이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우리 단체도 힘써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석우중의 학생 주도성 프로젝트인 ‘독서아카데미’는 취지에 걸맞게 학생들이 매년 스스로 탐구 주제를 선택한다. 학기 초에는 ‘생태계 보호 및 인식 개선’을 큰 주제로 정하고 구체적인 주제를 결정하기 위해 상반기 생태환경 분야의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하는 등 공부하였다.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생각하고 토의하였으며, 보호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자연자산으로 화성습지를 찾아냈다. 이와 관련한 환경문제의 발생, 한계점, 해결방안 등을 스스로 연구하고, 6월과 7월에는 생물다양성과 화성습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화성환경운동연합에 이론 수업을 청해 들었다. 앞으로는 그간의 연구와 활동 내용을 모아 자료집을 만들고, 화성습지 보호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아래는 행사 뒤 글로 정리해 보내온 몇몇 학생들의 소감 전문이다.
“화성호 탐사 체험을 통해 예상보다 좋은 경험을 했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발견하고, 화성환경운동연합 강사님들이 주변 생물과 매향리 미공군 폭격 훈련 사건에 대해 적극 설명해 주셔서 그 지역을 의미 있게 감상했다.
나는 이번 체험을 통해 크게 2가지를 느꼈다. 첫째, 우리나라에 자연과 도시가 적절한 비율로 공존하면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최근 세계는 기술이 발달함과 동시에 환경보호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시는 화성호를 계속 개척하는 것이 옳은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성호 주변 지역은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휴식처로써 더 가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앞으로 무슨 결정을 내리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 옛 미공군이 사용하던 클럽과 농구장을 방문했다. 당시에는 미군들이 생활하던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우리 학교에서 견학을 위해 방문한 공간이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 이유는 누군가 미군의 철수를 바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같은 공간이어도 사람이 어떤 결정과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호 탐사 체험 때 와 주신 강사님 세 분, 우리 동아리가 이곳에 올 수 있도록 기획해 준 선생님과 선배에게 감사하다. 나도 동아리 회원으로서 다음에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2학년 ○○○
“일단 맨 처음에 봤던 칠게가 움직이는 게 귀여웠어요. 망원경으로 봤는데 되게 잘 보여서 깜짝 놀랐고 도시 근처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저어새도 그렇고 멸종위기 동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소중한 화성습지를 우리가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자연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농섬이 미 공군 폭격장으로 쓰인 것도 놀랐는데, 사실 사람들이 옛날에는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 소중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도구로 생각했던 게 마음이 아팠어요. 미군들도 자기 생각으로는 굉장히 좋은 폭격장이라 썼던 거지 일부러 사람들 죽이려고 한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는 서로 배려하고 더 많이 의논하면서 더 좋은 해결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연도 더 보호하고요!! 평화역사관도 열면 나중에 또 가보고 싶어요” - 2학년 ○○○

“처음으로 보고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백로와 저어새였다.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 보면 있던 이 새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고 우아하기까지 했다. 저어새가 먹이를 저어서 찾는다고 해서 이름이 저어새라는 것과 이런 저어새가 먹이를 저어서 찾을 때 뒤에서 그 먹이를 갑자기 집어서 먹는다는 백로와의 관계도 재밌었다. 또 염생식물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냥 빨간 식물인 줄만 알았던 이 식물들이 염분을 빨아들여서 빨간색이 되었다는 것도 알았고, 이들이 염분 많은 땅에 사는 이유가 그 땅에 다른 생물들이 없어서 햇빛을 다 얻을 수 있다고 하길래 조금 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매향리 평화기념관을 들렀다. 이곳에서는 미군이 지냈던 곳이나 쿠니미공군폭격장의 역사 등을 배웠다. 그곳에서 예전에 살아서 이러한 피해를 다 고스란히 받은 이들이 굉장히 불쌍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평균 자살률보다 이들의 자살률이 약 6배 더 높다는 것을 듣고 더 놀랐고 안타까웠다.” - 2학년 구본겸
“생각보다 넓고 예쁜 환경에 놀랐고 새들을 이렇게 자세히 보고 새들의 특징들을 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 걸 알기에 더 재밌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또한 습지와 갯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고 매향리 평화기념관을 통해 매향리에서 있었던 일들, 매향리의 지형적 특징을 역사와 함께 알게 되었는데 이 점이 정말 좋았고 매향리 평화기념관에서 보는 농섬과 주변의 경치는 정말 탁 트인다는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 3학년 김민서
“오늘 우리는 매향리 갯벌 습지와 화성호 습지에 가서 여러 동식물들을 보았다. 멸종위기 동물인 저어새를 비롯하여, 뿔논병아리, 물닭, 백로, 칠게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화성환경운동연합 선생님들과 함께하여 더욱 안전하고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어새는 현재 멸종위기종이지만 개체 수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멸종위기가 풀릴 수도 있다는 슬픈 사실이나, 염생식물이 사는 주변을 염생습지라 하며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이라는 사실 등 평소에 잘 몰랐던 것들을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또 이야기를 너무 재밌게 해주시고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너무 좋았다. 오늘 우리가 간 매향리 갯벌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사는데 칠면초, 퉁퉁마디, 갯잔디, 물닭, 뿔논병아리 등 이름이 굉장히 신기한 친구들이 정말 많지만, 다 보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매향리 평화기념관 쿠니미공군폭격장으로 갔다. 분명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역사고,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과거이지만, 오늘 평화기념관에 가기 전까지 잘 모르고 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고 잘 알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매향리 폭격장 사건에서 가장 슬픈 점은 54년간 사격장으로 사용되면서 폭격기의 오폭과 불발탄으로 인하여 11명의 인명 피해와 주택파괴, 120-133db(참고로 120db부터 고통을 주는 소음, 천둥 정도라 한다.) 소음에 의한 난청현상, 가축유산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1953년에는 불발탄으로 어린이 4명이 사망했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다.

매향리 폭격장 사건을 비롯해 대한민국에는 제주 4.3 사건, 6.25 전쟁 등 아프고 슬픈 역사가 많다. 나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잘 알고, 슬프고 부끄럽고 아픈 역사라도 배우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고 느꼈던 것 같다.
오늘 견학으로 인해 화성호 습지, 매향리 갯벌 습지의 여러 동식물들의 이야기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또한 매향리 폭격장 사건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돌아다니며 관찰할 때 너무 덥고, 벌레도 많다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만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아 뿌듯하다.” - 3학년 변하영
“이번 화성습지 탐사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 꽤나 고생스러웠던 탐사였습니다. 하지만 탐사 중 보고 경험했던 일은 찌는 듯한 날씨도 잊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백로가 먹이를 먹는 모습과 저어새가 쉬는 모습, 날개를 다듬는 모습을 관찰했던 것은 아직도 뇌리에 남습니다. 또한 매향리 평화기념관에서 들었던 매향리의 가슴 아픈 역사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많을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이번 탐사는 보람차고 만족스러웠습니다.” - 3학년 이다훈
“있으면 있을수록 빠져드는 곳이다. 바다와 호수가 마주 보는 풍경이 이질적이고 아름다웠다.” - 1학년 김태완
- 화성환경운동연합 자료 제공
미담플러스 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