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 물류센터 반대 집회에 연사로 초청받아 함께한 적이 있었다. 동탄2신도시 입주 이래 문화행사와 선거유세 외에 이렇게 많은 시민이 함께한 집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모였다. 법과 제도의 형식적인 눈높이와는 다른 시민 생활의 눈높이, 바로 생태공원과 주택단지 등하굣길 인근에 초대형 물류센터는 부적절하다는 데에 뜻이 모이고 있었다. 필자도 시민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마음으로 함께하였다.
이후 동탄2신도시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련 내용을 계속 살펴보며 한 가지 안타까운,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늘 변함없었던 현실을 또 마주하였다. 지역 주민 간에 입장이 갈려 각 정당의 제도권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또 서로 다른 입장을 비판하며 때로는 안타까운 갈등도 일어났다. 필자는 집회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지난번 본지 칼럼에서도 한 단계 나아간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했지만, 그것은 ‘어느 일개 시민의 외침’일 뿐이었던 것 같다. 제도권 정치를 바라보는 여론 속에서 필자와 같은 시민의 노력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사라질 뿐이었나 보다. 필자가 이 시점에서 사랑과 명예와 이름을 바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목소리는 작은 신음에 그쳤던 것 같다. 그저 ‘일반 시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었을까.
지역을 위한 생각들은 힘이 약하다. 우리의 역사가 그래왔다고 볼 수 있다. 오래도록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성격이 강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계신 한양이 중요했고, 신생국 대한민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부터 성장시켰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도 국토의 10% 남짓 되는 수도권에 인구는 전체의 50% 이상이 산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수많은 지자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서울과 중앙의 ‘규모의 경제’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지역을 살리려는 주민의 활동도 제도의 여건상 대부분 본인을 희생시키는 봉사활동 위주이다. 긴 안목으로 보지 않는 이상 누구도 선뜻 나서기 힘들다. 결국 지역 활동의 상당수는 여가나 취미생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주민 활동이 지역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이다.
정당, 유력 정치인, 제도 정치를 찾는 시민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정치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배워 온 입장에서 볼 때 이는 허상에 가깝다고 본다. 제대로 권한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중앙집권적 사회에서 지역보다는 중앙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당의 공천 과정부터가 그렇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 문화가 있기 마련이고, 여의도 정치로 대표되는 제도권 정치도 그 내부의 문화가 있다. 여기에 오래 머물수록 이곳의 문화에 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을 살피고 싶어도 그럴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거의 없다. 우리 시민의 입장에서 이러한 중앙의 제도권 정치에 발맞춰 함께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도 과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엇이 실제로 남을지는 의문이다.
시민이 정치와 멀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가 우리 삶을 더 좋게 하는 본연의 일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지만 정치는 시민이 외면한 사이에도 움직이며 시민의 하루하루 삶을 좌우하고 있다. 지금 우리 곁 시민들의 목소리가 어떠한지, 그것을 우리 스스로 어떻게 조직된 힘으로 이끌어갈지에 따라 주민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지역에서부터 우리의 삶에 근거한 정치가 성공하여 우리 삶이 실제로 나아질 수 있는 근거는 결국 ‘시민’에게 있다.
[정면돌파 청년, 백현빈]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전공)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행정대학원 행정학전공)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방송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초대 청년명예국회의원 역임(기재위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화성시 제 6대 주민참여예산위원장
*화성시 제 2대 청년정책위원장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5, 6기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