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일 후 추석 명절이 돌아온다.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매번 돌아오는 명절에 심리적 부담을 가진다고 한다. 명절이 지나가고 난 자리엔 가부장적인 성역할에 대한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불편함이 명절의 문화를 바꾸어내어 최근 명절의 모습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때가 되면 갈등이 증폭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웃으며 명절을 보내기 위한 ‘성평등한 명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이 잘 되지 않는 몇 가지 제안을 이번 글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명절에 가장 어렵고 힘든일은 음식준비와 귀성길 운전이라고 꼽힌다.
장보기, 전 부치기, 상 차리기, 설거지 등은 명절을 준비하는데 빠질 수 없는 노동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함께 음식준비를 하는 문화는 최근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역할로 규정되어 있다. 손님접대등의 경우는 오롯이 여성에게 역할이 주어지기도 한다. 준비에서 설거지까지 모든 과정에 조금씩 역할을 나누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는 것을 제안한다.
장시간의 귀성길 운전 또한 모두가 호소하는 힘든 일 중 하나이다.
가족이 함께 이동하는 경우 운전시간을 나누어 휴게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교대 하는 것으로 장시간 운전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특정 성별이 해야할 일에 도움을 받는다는 인식이 아니라 당연히 서로를 배려한다는 마음으로 교대를 권하고,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친척간에 사용하는 ‘도련님’, ’아가씨’, ’처제’, ‘친가’, ‘외가’ 등의 호칭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남성 중심의 호칭으로 여성 가족 구성원을 낮추어 부르는 말들이다. ‘친가’, ‘외가’는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바꾸어 부를 수 있다. 호칭의 경우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권한다.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쑥스러울 수 있다. 필자의 경우도 남편의 누나가 두 명있는데, 한분은 ‘미경아’라고 이름을 불러주고, 한분은 ‘올케’라고 호칭을 불렀었다. 시간이 갈 수록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더욱 편안하여 호칭을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말씀 드리고, 지금은 남편의 본가분들이 모두 이름을 불러주고 있다.
가족, 친척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화제가 자녀들의 성적, 혼사, 취업 등인데 이 또한 명절에 가족간의 갈등을 만드는 요소이다. ‘공부는 잘 하니’, ‘취업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할거니’, ‘아이는 언제 가질거니’ 등 오랫만에 만나는 가족들에 대한 관심이라고 표현했던 질문들이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런 질문들을 던진다.
가족간에 이런 질문이 오갈때 분위기를 환기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평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문제점을 자각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있는 경우 명절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갈등이 심화되어 명절을 기점으로 가정이 해체되기도 한다. 삶의 전 과정에서 학습된 성역할 고정관념이 한번에 바뀌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고 변화를 받아들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번 추석, 서로의 노동을 함께 하고 성역할 고정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웃으며 명절을 보내기 위한 ‘성평등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
-화성여성회 한미경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