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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집값 얘기, 제대로 합시다. 연속기고 9>

백현빈 칼럼

 

먹고 사는 문제에서 ‘집값’ 역시 중요하다. 통계청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자가점유가구 비율은 전국 평균 기준 57.4%이다. 통계청 “2023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보면 주택을 1건만 소유한 가구는 921.7만 가구로 전체의 74%이다. 이처럼 자가 보유자, 1주택자가 상당수인 상황에서 집값의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으며 이를 생각하는 것을 투기라고 비판만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무주택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단순히 기존 주택의 집값을 낮추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마치 아랫돌을 빼서 위에다 괴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집값 문제의 중요한 핵심 중 하나는 ‘양극화’이다. 최근의 집값은 서울, 특히 그 중에서도 일부 지역만 급등하는 추세이다. 한쪽에서는 3.3m²당 2~3억에 이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소위 ‘똘똘한 한 채’ 개념이 특정 지역에 수요를 더욱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집값의 격차 문제를 넘어 특정 지역이 문화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차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집값이 낮은 동네를 공공연하게 비하하는 글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든 지역은 각자 고유의 매력과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의 서열화가 문화의 서열화까지 초래하는 것이다.

 

지금의 균형발전 대책들은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광역교통을 계속 확충할수록 수도권의 서울 의존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으로 왜 서울을 향하는가에 대해 더 본질적인 답을 제시해야 한다. 수도권의 여러 도시가 나름의 ‘자족성’을 말하며 개발되고 있지만, 산업체의 자족성은 있을지언정 생활과 문화의 자족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민의 마음속에 깊게 뿌리내린 지역 서열화는 단순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 따라 서열화된 교육과 문화까지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경직된 지역교육 프로그램으로는 궁극적으로 ‘강남 8학군’을 지향하는 교육 당사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비슷비슷한 지역문화 프로그램으로는 서울로 향하는 문화 소비자의 발길을 지역으로 돌리기 어렵다. 지금의 지역교육, 지역문화 정책의 차별성에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필자가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자 대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경험하며 현장에서 느낀 것은, 지역의 여건이 충분한데도 지역사회 안에서 ‘우리가 감히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포기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주택 건설사별로 기존 브랜드의 상위 브랜드로 강남 등 일부 고분양가 지역에만 도입하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있는데, 이들의 설계 요소 중에는 여러 지역에 충분히 도입 가능한 것들도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미리 포기하는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다. 분명히 말하고 싶다. 어떤 명품도 그 고유성(originality)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우리의 특성도 어떻게 다듬어가는가에 따라 독보적인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다.

 

소위 ‘대장주’이자 ‘똘똘한 한 채’가 모인 지역의 특징을 살펴보면, ‘고유의 지역공동체’와 ‘개방적 문화결사체’가 공존하고 있다. 예컨대 강남 등의 지역을 생각해보면 한편에서는 주거지나 학군 등에서 자신만의 고유성을 주장하는 결속 자본(bonding capital)이 강하다. 일종의 울타리 있는 커뮤니티(게이티드 커뮤니티, gated community)를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며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연결 자본(bridging capital)도 강하다. 강남 등 도심의 거리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사회적 자본’은 이 두 가지 자본을 합쳐서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할 때 이 두 가지 축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값 폭등을 인위적인 가격억제책으로 잡고 1주택자의 집값 고민을 단편적인 투자규제책으로 누르겠다는 생각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이제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역의 문화적 자족성을 높이고 혁신적 시도를 수용하는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집값 문제를 가장 현실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인문학적 선진국을 향한 따뜻한 정면돌파, 백현빈]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전공)

-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 화성특례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위원장

-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앵커 역임

- 화성특례시 문화자치 참여시민협의체 공동운영위원장

- 화성시 제2기 청년정책위원회 위원장

-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5, 6기 문광복지분과 위원

-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