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 미담플러스 박상희 기자

돔 텐트 안인 이곳 ‘매향리평화역사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여기는 지난 54년간 미군 전투기의 폭격 훈련장이었던 매향리에서 수거한 불발탄, 포탄 잔해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생활 재료, 투쟁의 기록 등을 전시한 공간입니다.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을 주민들의 삶, 고통, 평화의 염원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 공간입니다.
며칠 전 개관한 ‘매향리 평화기념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평화기념관은 행정에서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건물입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고, 겉은 그럴듯하지만, 진짜 매향리의 알맹이—주민들의 생생한 기록, 소장품, 기억—은 없어요. 그러니까 명칭은 ‘기념관’이지만, 정작 평화의 역사도, 주민의 목소리도 빠져 있는 셈이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행정이 주민과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한옥처럼 지역 정서와 어울리는 건축이었으면 좋겠다고, 실제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결정은 그 당시 채인석 시장과 몇몇 공무원이 했고, 주민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죠.
기념관 예산이 올해만 9억 9천만 원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기념관에 전시된 것들은 신문 기사 몇 장뿐입니다. 여기 (매향리평화역사관) 은 실제 포탄 잔해와 주민의 생활 자료가 다 있어요. 전문가들이 와서 여길 보고 ‘진짜는 여기에 있다’라고들 합니다.

지금까지 이 공간을 어떻게 유지해 오신 건가요?
목숨 걸고 수집해서 지켰어요. 어떤 이에게는 폐기물이겠지만, 제게는 금보다 귀한 자료들입니다. 여긴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에요. 우리가 겪은 인권 침해, 군사 폭력, 그리고 그 속에서도 버텨온 삶의 증거들이 담긴 곳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자료는 없어요.
굉장히 강한 감정을 느끼셨던 것 같은데, 혹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중학생 시절, 기총사격 뒤 남은 탄피를 주워 고철로 팔고, 그 돈을 모아서 돼지 새끼 두 마리를 사가지고 돼지를 길렀어요. 성체가 된 돼지를 팔아 그 돈으로 통신고등학교 교재를 사고, OO일보를 정기 구독을 하게 됐어요. 바다에 나갈 때 항상 옆구리에 신문을 끼고 나가요. 배 안에서 그물을 치고 고기가 걸리는 동안 신문을 보게 되는데요. 아주 소름 끼치는 기사가 실렸더라고요. 미국 어느 대학에서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과 한적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과의 비교 조사를 했는데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이 소음, 스트레스에 의해서 폭력, 살인, 자살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거예요. 그제야 우리 마을의 끔찍했던 여러 폭력사건과 수많은 자살사건, 분노가 어디서 왔는지 깨달았어요. 그걸 알기 전엔, 저도 어린 시절에 사랑하던 고양이와 그 새끼들을 폭력적으로 죽였습니다. 너무 늦게, 그게 어떤 영향 때문이었는지를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마을을 떠날 결심을 하고 1년간 외국에서 달러를 벌어 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께서 생을 마감하셨어요. "아, 여길 떠나느니 저 괴물 같은 폭격장을 없애버려야겠다."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제가 1살, 3살, 5살인 딸이 비행기 소음으로 자지러 지게 우는 것을 보고, 애들한테 이 고통을 대물림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이제 행동에 옮겨야겠다 결심을 하게 됐어요. 온갖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도 투쟁의 깃발을 치켜들어서 싸우게 됐던 것입니다. 평화가 온 지금은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그래도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습니다.

저는 매향리평화기념관이 생겼기 때문에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돔 텐트 안을 보니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폭격장이 2005년 폐쇄된 후, 환경 정화 과정에서 역사를 보존할 수 있는 이 유물을 저희가 약 500톤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요. 이런 유물은 세계 어디에도 특히 국내에서 단 한 곳도 볼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 폭탄 박물관은 없거든요. 그러면 이것을 화성시가 기왕에 그 10여만 평 미군 기지 안에 평화 기념관을 수 백억씩 투입해서 지었으면, 그곳에 이 유물을 전시하고 보존하고 알리는 일을 해야 됩니다. 우리 매향리 주민들이 이걸 안 주겠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걸 못 받아들이냐 이거죠. 하루속히 책임이 있는 화성특례시장과 화성특례시의회,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함께 간담회를 열어, 이 공간을 포함해서 진짜 의미 있는 ‘매향리 평화기념관’을 만들어야 해요. 지금 있는 기념관은 '마리오 보타' 기념관일 뿐, 매향리와는 무관합니다. 주민의 아카이빙이 들어가야 그게 진짜 기념관이지요.
마지막으로 정명근 시장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정명근 시장님, 제대로 된 매향리 평화기념관을 완성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화성 시민분들께 또 하고 싶은 얘기 있으시면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화성 시민은 3.1 만세운동, 제암리 사건, 이런 것을 통해서 외세에 의해서 많은 핍박을 받은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화성시민이 대통단결해서 우리는 싸우고, 자유와 평화를 쟁취했었습니다.
이제 우리 매향리 주민들도 극심한 인권과 경제적 핍박을 자유와 평화를 되찾았고, 드디어 우리 매향리 주민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인간임을 비로소 확인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매향리 주민들에게만 해당되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런 소중하고 귀중한 자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반전 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소망을 국내외에 많이 알릴 수 있도록, 특히, 화성시를 책임지는 화성시에 정명근 시장님, 시의회, 이런 곳에서 조속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주민과 함께 의논하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