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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명근 시장님, 이제 답하십시오

오피니언 정한철 화성습지유네스코세계유산등재추진시민서포터즈 집행위원장

 

정명근 시장님, ‘화성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야말로 “지속가능한 바다”로 가는 길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정부, 시민사회의 요청에 이제 답하실 때입니다.

 

존경하는 정명근 시장님, 안녕하세요? 지난 5월 31일 우리 화성시 전곡항에서 ‘제29회 대한민국 바다의 날’ 기념식이 열렸지요.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바다’를 주제로 해양수산부가 개최하고 우리 화성시와 한국해양재단이 주관한 행사였습니다. 뜻깊은 행사 치르느라 애쓰셨습니다!

 

화성시장님의 환영사, “지속가능한 바다 만들기, 해양생태 보호”

 

시장님의 환영사를 잘 들었습니다. 이날 시장님 말씀을 꼼꼼하게 들으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단상을 여기서 간단히 나누겠습니다. 먼저 시장님 환영사 일부를 그대로 옮깁니다.

 

“1996년 바다의 날을 제정할 당시만 해도 우리는 바다가 주는 무한한 혜택과 잠재적 자원 개발에 집중하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과도한 탄소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바다의 날을 맞이하여 지속가능한 바다 만들기, 해양생태 보호에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중략) 사랑하는 해양수산 가족과 화성시민 여러분, 화성의 바다는 지속가능한 바다를 향해 성장할 것입니다.”

 

시장님이 하신 말씀의 전반부입니다. “지속가능한 바다”, “해양생태 보호”를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에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요! 이어지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쇼핑몰과 골프장, 워터파크가 지속가능한 바다에 어떠한 보탬이?

 

“화성 서해안에 호텔, 쇼핑몰, 골프장을 갖춘 복합 리조트 조성과 아쿠아리움 워터파크를 포함한 국제 테마파크를 갖추고 세계인이 찾는 해양 레저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미국 몬테레이시에는 그 유명한 세븐틴 마일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면, 우리 화성시에는 전곡항에서 궁평항까지 17km 황금해안 둘레길을 조성하여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서해안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지속가능한 바다”를 향해 성장할 길이 바다와 갯벌(곁)에 골프장과 쇼핑몰을 짓는 건가요? “해양생태 보호” 방안이 17km 황금해안 둘레길을 깔고 해안도로를 포장하는 것인가요?

 

마침 6월 8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해양의 날’입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 글로벌 포럼에서 해양의 날을 선언한 이후 많은 국가가 이날을 지켜왔죠. 2008년 유엔총회는 6월 8일을 “세계 해양의 날”로 지정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날의 핵심은 바다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지구상 모든 것의 근원이자 온 생명이 기대어 살았고 앞으로도 의지할 바다가 소중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유엔이 내놓은 실천 과제를 한번 보실까요. 우리 화성시의 것과 비교해 봅시다.

 

‘UN 세계 해양의 날’ :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성 지향

 

세계 해양의 날의 주제는 매년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기저를 관통하는 기본은 동일합니다. 2008년 세계 해양의 날을 지정하면서 UN 사무총장이 표명한 ‘광범위한 우려 사항’인데요. (1) 해양 생물다양성, (2) 해양환경 및 지속가능한 개발, (3) 기후변화 및 지역적·국제적 협력이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지금까지도 유효하고 우리가 여전히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위 세 가지가 매우 포괄적이기는 하나 그 어는 것을 보아도 골프장과 워터파크, 아쿠아리움이 연상되지는 않습니다. 갯벌과 바위를 뚫어 지주를 세우고 지구를 여행하는 멸종위기 도요물떼새들이 가득한 갯벌에 무작정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황금해안길이 해양생태계 보호일 리 없습니다. 인간에게 식량을 비롯 각종 자원을 무한히 무상으로 제공하는 바다(갯벌)와 그 가운데 무수한 생명들은 우리가 보호할 대상입니다. 아니, 우리와 동등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이웃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 귀한 존재들을 현명하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이용할 뿐입니다.

 

화성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수백억, 수천억 원을 들여 토목사업을 벌이는 것이 (해양)생태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이지요, 그 큰 비용을 아껴 시민들의 복지와 교육을 위해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올해 예산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삭감되지 않았습니까? 보타닉가든 조성은 줄지 않았더군요.

 

되려 수백억, 수천억 원을 버는 사업이 있습니다. 어렵게 공모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장님이 “하겠습니다”라고만 하면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에서 지원해 줍니다. 현재 주어지는 해수부 종패 살포 예산의 규모가 커집니다. 마을단위 생태관광 활성화 사업, 세계유산 활용 축전, 세계유산 브랜드화 사업 등이 지원됩니다. 갯벌 세계유산 지역센터 건립사업으로 170억 원이 지원되고, 해마다 생태관광을 위한 주민 지원사업이 진행됩니다.

 

바로 한국의갯벌 세계자연유산 2단계 등재 추진사업입니다. 매향리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시장님이 환영사에서 “단일 지자체 최초로 인증된 국가지질공원을 통해 해양 교육관광의 지평을 연다”고 하셨지요? 지질공원이 자랑스러우시죠?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우음도, 전곡항 층상응회암, 제부도, 백미리 해안, 궁평항 해안, 국화도와 입파도. 모두 유서 깊고 아름다운 해안 생태계와 지질 유산을 볼 수 있습니다. 수년간의 민관 협력이 이뤄낸 열매이지요. 그런데 세계유산은 국가지질공원과 비교할 수 없이 자랑스러운 레벨입니다.

 

세계유산은 인류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지닌 것만 목록에 등재하며, 자연유산은 문화유산에 비해 훨씬 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세계적으로 1,199건의 세계유산이 있는데 그중 자연유산은 227건뿐인 이유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16건의 세계유산 중 단 2건만 자연유산입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한국의 갯벌(2021)]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데는 약 15년이 걸렸습니다. 2021년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이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인천과 화성 등 9개 요소를 2025년(코로나19로 2026년으로 순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때 추가로 등재하라는 권고가 내려졌습니다.

 

시장님, 화성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어디 있나요? 시장님의 환영사와 화성시의 모든 홍보물에 세계자연유산 등재(진행 중)라는 글귀가 보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이미 지정된 매향리갯벌 습지보호지역은 보여야 하는데 왜 빠졌을까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이며, 유엔이 인정한 생물다양성의 보고, 그래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를 권고받은 화성습지는 어디 있습니까? 지속가능한 바다와 지속가능한 갯벌이 다른 것입니까?

 

이제 매향리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응답할 때

 

글을 맺습니다. 시장님이 좋아하시는 ‘해양 레저·관광’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이것도 필요하고 누릴 수 있습니다. 뱃놀이축제와 마리나항으로 유명한 전곡항, 좋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바다와 갯벌이 먼저입니다. 골프장과 워터파크, 쇼핑몰, 데크길로 갯벌을 덮기 전에, 화성시 바다와 갯벌이 어떠한 가치를 지녔는지 먼저 살펴보십시오. 국가와 유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요청에 응답하십시오. 과거 '우리가 바다를 이용만 하려고 했다'라는 시장님의 말씀이 스스로를 구속하실까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