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커졌지만, 마음은 작아져 갔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외로움을 딛고 다시 모였고, 흩어진 삶을 이어내 공동체의 길을 열었습니다.
올해, 화성은 특례시로 승격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합니다.
동시에 마을공동체 10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함께할 때, 미래는 열린다.”
2025년, 마을 활동가들이 모여 마을만들기화성시민네트워크 (화성마을넷) 을 출범시키고,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함께 걸어온 지 꼭 10년이 됩니다.
작은 불씨로 시작된 길은 이제 역사가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불씨가 타올라 새로운 빛을 열어가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마을공동체는 우리 삶을 바꾸어왔습니다.
“서로 스며들고 함께 물들며 실천하는 마을공동체”라는 비전 아래
주민의 역량은 강화되었고, 주인이 되는 마을을 만들어냈습니다.
생활문화 공간이 늘어나며 다양한 만남이 가능해졌고,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은 조금 더 단단히 지켜졌습니다.
보행권이 보장된 안전한 길 위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지고,
이웃의 따뜻한 손길은 홀로 사는 노인의 저녁을 밝혔습니다.
작은 회의에서 시작된 대화가 마을의 문화를 바꾸었고,
주민의 지혜가 모여 마을의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삶의 방식이었고,
서로를 잇는 희망의 끈이었으며, 민주주의가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였습니다.
돌아보면 공동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논두렁에서 서로의 땀을 닦아주던 두레,
이웃의 곡간을 함께 채워주던 향약,
작은 모임으로 서로를 지탱하던 계.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은 문을 닫게 했고,
사람들은 각자의 집 안으로 갇혀버렸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공동체는 있었지만, 주민 스스로의 목소리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의 바람 속에서 다시 움튼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을공동체 운동’이었습니다.
스스로 모이고, 스스로 결정하며, 스스로 책임지는 주민 주도의 공동체.
농촌공동체, 아파트 공동체, 육아 공동체, 문화공동체, 협동조합, 마을기업, 돌봄과 교육의 공동체까지 이름은 달랐지만 모두가 한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함께 만든다.”
단순하지만 위대한 진실이 그 길 위에 있었습니다.
그 길에서 화성은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급격히 성장한 신도시에는 낯선 이웃들이 모여들었고,
오래된 농촌에는 여전히 촌락 공동체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 원주민과 이주민, 청년과 노년이 뒤섞여 살아가는 곳, 바로 화성이었습니다.
만남과 충돌, 갈등과 화해 속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화성은
한국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흐르는 살아 있는 실험장이었습니다.
앞으로 화성시 공동체가 걸어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다리가 되고, 청년과 이주민을 품는 품이 되며,
기후위기와 돌봄의 문제를 함께 견뎌내는 지혜가 되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이 되는 ‘생활문화’로 자리 잡는 일입니다.
그때 화성은 비로소 진정한 자치의 도시가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10년 앞에 서 있습니다.
함께 걸을 때만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마을공동체가 화성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오늘의 10년을 디딤돌 삼아 더 깊고 더 넓은 내일의 마을을 열어갑니다.
마을은 희망입니다.
마을은 미래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이웃의 손길이 서로를 감싸 안으며,
하루하루가 살아 있는 역사로 쌓이는 곳, 바로 마을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은 함께여서 가능합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불씨는 다시 타오르고
그 빛은 도시 전체를 밝히며 새로운 내일을 비춥니다.
9월 24일
마을활동가 박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