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일요일, 저녁 7시 20분경 경기도 화성에 있는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플라스틱 원료를 얇게 펴는 압출 성형 기계 롤러를 청소하다가 오른팔이 빨려 들어가고 몸통이 끼여 발생한 사고이다. 이 사업장은 일상적으로 기계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계 청소 작업을 지시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임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는 일요일 저녁 늦은 시각까지 일해야 했고, 안전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인은 한국에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지 3년 5개월 정도 지났고, 이 현장에서 일한 지는 5개월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31살의 청년은 임신한 아내도, 태어날 아기도 만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고인은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고 죽음을 애도할 공간도 빈소도 없다. 제대로 된 장례를 보장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동료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또다시 죽음의 작업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정주/이주노동자에 대한 심리치료 또한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전반적인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에게도 당연한 권리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질타와 대책 수립 촉구가 연일 계속되었다. 대통령은 SPC 제빵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전불감증에 일침을 가했고, 포스코이앤씨 산재 사고에 ‘미필적 고의 살인’을 언급하며 강력히 질타했다. 태안화력 사망사고에 산재 공화국 오명을 언급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기업들은 대통령의 질타에 머리를 숙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에게 안전 대책은 가 닿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3일, 경기도 화성에서 이주노동자는 똑같이 기계에 끼여 사망했고 지난 8월 4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30대 이주노동자가 감전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다. 하청의 맨 마지막 단계에, 사업주에게 종속된 고용허가제에 놓여 있는 이주노동자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그 어떤 장치도, 제도도, 정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폭염 대책을 정부가 발표하고 사업장에 지시하지만, 포항시 관급공사로 진행된 제초 작업에서 하도급 맨 마지막 단계에 고용된 이주노동자는 온열 질환으로 또다시 사망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근본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방치된 이주노동자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양산하며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리는 고용허가제가 존재하는 한 산재 사망은 계속될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수많은 대책은 그저 무용지물일 뿐이다. 고용허가제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고용허가를 취소시켜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과 사업주에 대한 철저한 인권, 노동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노동환경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및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어적 소통을 기본으로 안전조치 및 안전교육을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등록, 미등록 여부를 떠나 모든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2025. 8. 5.
경기이주평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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