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전곡해양산업단지 아리셀에서 중대재해참사가 발생한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피해가족협의회와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는 지난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참사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가해자의 피해자와 피해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적절한 배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화성지역 노동·안전·환경 활동을 위한 연대체인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는 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며, 앞으로 안전한 지역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의 무책임을 방기하는 삼성과 정부가 참사의 주범이다. 에스코넥과 삼성, 정부는 참사의 책임을 다하라!
아리셀의 98% 지분을 가지고 경영난이 있을 때마다 자금을 대왔으며 아리셀을 전지사업부에서 자회사로 키워온 에스코넥은 박순관이 대표직을 사임한 후 모회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업주 안전 의무 소홀로 2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군납 비리가 반복되었음이 명백하게 드러났으나 에스코넥에서 휴대폰 부품을 납품받고 있는 삼성은 협력사 행동규범을 외면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하고 특혜를 주었던 고용노동부와 군납 비리가 드러났고, 제품에 하자가 있음에도 발주를 이어왔던 국방부도 관련 책임자를 제대로 조사하거나 처벌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구속됐던 최고 경영책임자 박순관은 올해 2월 석방되었다. 매주 수요일 수원지방법원 201호에서는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경영진의 안전 무대책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희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사측 대리인의 파렴치한 변명으로 공판을 방청하는 피해가족의 가슴을 또다시 후비고 있다.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이 참사의 책임을 다하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 책무가 있는 삼성과 정부는 제대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 근본적이고 세부적인 화성지역 노동·안전 정책이 절실하다
참사 발생 이후 화성시는 같은 해 10월 노사협력과를 증설하였다. 올해 4월에는 노동안전지킴이 확대, 공장지역 화재 위험지도 구축, 이동노동자 간이이동쉼터 운영, 7월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추진을 알리며 노동자 생명·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노동존중도시를 만들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화성시가 노동 안전에 대한 노력을 확장하고 예전보다 예산 투여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열적 사업과 일회적 점검이 아닌 사업주가 현장노동자와 함께 예방시스템을 갖춰 나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마중물을 지원하는 방향, 현장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 영세 소규모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 여성, 장년 등 취약노동자에 맞춤형 세부적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아리셀참사 이후에도 화성지역 중대재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자체와 고용노동부의 협조를 통한 보다 강력한 중대재해 대응, 조사를 통해 사례를 발굴하고 지역사회에서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실효성 있는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
화성시는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공간 조성 이행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올해 1월부터 화성시는 아리셀참사피해가족협의회의 요구, 화일약품중대재해사망사고대책위, 지역노동자시민사회의 숙원사업이었던 산재사망노동자 추모공간 조성사업 논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화성시의 추모공간 조성사업에 대한 의지는 명확하다고 판단되나 아리셀참사 1주기를 앞둔 시점에 부지선정을 놓고 논의가 답보상태에 이르고 있어 피해가족은 더욱 답답한 심정이다.
애초에 시에서 제안한 근로자종합복지관 옆 부지는 추모공간 조성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공간임을 피력하고, 보다 많은 지역주민과 보행약자가 함께 추모하고 안전한 지역사회의 필요성을 공유하는 복지관 앞 잔디마당 공간에 마련할 것을 요청하였다. 화성시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역주민이 기존에 사용하던 공간을 박탈당하는 것으로 불가하다는 지역사회단체장들의 의견을 들어 부정적 입장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화성시에서 지역사회단체장의 요구를 보다 자세히 경청하고 지역주민의 사용 공간을 확보해 박탈감이 들지 않게 하는 제3의 대안을 마련하여 중재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수행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적극적 과정이 수반되어야 산재사망은 남의 일이고 재수 없어 생기는 일이 아닌 나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므로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추모공간조성사업의 시작이다.
2025년 6월 24일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