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렀는지 새삼 놀랍습니다. 처음 공동체를 만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마을도서관 작은 모임에서 시작해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부족하지만 함께 해보자고 내딛은 발걸음이였습니다
그동안 마을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피어났습니다. 10년의 시간 동안 마을 안에서 완성된 답을 찾기보다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묻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라는 물음보다 “무엇이 가능할까”라는 물음을 앞세우며, 서로의 목소리를 모아 오늘의 자리까지 나아왔습니다. 이 물음과 대화가 곧 공동체의 나침반이었고, 다시 길을 찾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생활 속의 장면들입니다. 마을 도서관에서 즐긴 아이들의 모습들, 마을 회관에서 진지하게 오갔던 이야기들, 마을 축제 마당에서 나눈 어르신들의 작은 웃음, 마을공동체 운영자들이 머리 맞대고 고민하던 크지 않은 순간들이 모여 서로를 지탱하는 대화가 되었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동체란 결국 이런 평범한 일상 위에서 서서히 자라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마을공동체의 진정한 힘은 눈에 띄는 결과 그 위에 선 관계를 지켜내는 일상에 있습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때로는 기대어 가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 잘 아는 이웃뿐 아니라 낯선 주민까지도 그 길 위에 동행할 때, 우리는 ‘공동체’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그 힘이 있었기에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이어 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의견의 차이로 갈등을 겪을 때도 있었고, 당장 눈앞에 성과가 보이지 않아 회의감이 찾아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다시 모여 대화하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며, 작은 합의와 약속을 만들어 내는 힘이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공동체의 성장은 완벽한 합의가 아니라, 다름을 안고서도 함께 가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더욱 많은 가능성을 열어가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갈등 앞에서도 대화를 멈추지 않고, 다름 속에서도 함께 꿈을 꾸며,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으로 서는 마을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마을은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늘 쓰여지고 있는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화성마을공동체 10주년을 맞아, 이 길을 함께 걸어온 모든 주민과 활동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마음을 내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마을이 의미 있는 대화와 새로운 가능성으로 채워져 더 넓은 배움과 더 따뜻한 삶을 이어가길 소망합니다. 작은 물음 하나가 큰 변화를 만들어내듯, 우리의 다음 10년도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어 가능성을 묻는 걸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