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플러스 박상희 기자
9월 1일 오후 5시, 화성특례시의회 신청사 부의장실. 개청식 공식 행사의 분주한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방에 들어섰다. 알고 보니 이날은 임채덕 부의장 아내의 생일이었다. 1년 365일 중 364일을 새벽같이 나가 밤늦게 들어오느라 늘 미안할 따름이라며, 이날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손수 미역국을 끓여 아침상을 차리고 틈을 내 꽃바구니까지 보냈다는 그다. 병환 중인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온 효심 깊은 아들이자 사랑하는 아내와 늦둥이를 자랑하는 다정한 가장의 면모는,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100만 화성의 살림살이를 꿰뚫어 보는 베테랑 정치인의 매서운 눈빛으로 바뀌었다.
8대와 9대, 10대에 걸쳐 화성의 눈부신 성장과 질곡을 함께해 온 ‘3선 의원’ 임채덕 부의장. 화려한 특례시의 이면에 자리한 재정의 낭비와 복지 사각지대를 거침없이 짚어내는 그의 언어에는, 오랜 통찰과 단단한 책임감, 그리고 세간에서 ‘수성고 빅3’로 꼽는 중진 정치인다운 묵직한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Q1. 8대, 9대에 이어 이번 10대 의회까지 연임하신 ‘3선 의원’으로서 전반기 부의장을 맡으셨습니다. 인구 70만 시절부터 100만 화성특례시와 신청사 개청까지 화성의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겪어오셨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8대 때만 해도 의원 개인 책상조차 없었습니다. 전문위원, 주무관과 소파에 둘러앉아 서류를 보던 열악한 환경이었죠. 당시에는 시정질문 일문일답 한 번 하려면 한 달 내내 매달려 공부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신청사에 개인 연구실도 갖춰지고 의원 2인당 정책지원관까지 배치되어 여건은 눈부시게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외형이 커진 만큼 시정을 견제하는 의회의 실력이 함께 높아졌는지는 늘 자문해봐야 합니다. 덩치가 커진 화성특례시 공무원들을 제대로 견제하려면 의원들에게도 깊은 내공이 필요합니다. 부의장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의회 전체의 균형을 잡고 후배 의원들을 뒷바라지하는 자리입니다. 단순히 지역 행사나 민원에만 쫓기지 않고, 상임위별로 전문가 자문과 상설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의회'를 만들어야 집행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Q2. 진안·병점1·병점2에 이어 선거구 개편으로 화산동까지 아우르게 되셨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해 오신 지역구의 발전 방향과 병점 원도심 활성화 해법은 무엇입니까?
병점 원도심의 주거·생활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입니다. 솔직히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도시재생 사업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앵커 시설을 짓고 주민협의체를 꾸려야 하지만, 사업 종료 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병점 역시 막바지 단계에 와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근본적 변화는 부족합니다.
이제는 단순한 도시재생을 넘어 과감한 '재개발'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낡은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도심의 활력을 되찾기 어렵습니다.
Q3. 화성특례시 출범과 구청 체제 전환에 대해 시장의 역할과 도시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방안에 대해 남다른 해법을 제시하셨습니다. 화성특례시가 '태평성대'의 착시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떤 전환이 필요합니까?
지금 화성이 풍요로워 보이는 것은 기업과 세수가 많아서일 뿐, 미래 준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단적인 예로 용인시가 215만 평 규모의 반도체 국가산단을 선점할 때 우리는 정부 공모 특화산단조차 제대로 유치하지 못했습니다. 경마장 유치처럼 제가 예전부터 속기록에 남기며 선제적으로 제안했던 대규모 미래 프로젝트들도 제때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특례시와 4개 구청 체제 안에서는 행정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일상 행정과 밀착형 예산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구청장들에게 과감히 권한을 넘겨 집행하게 하고, 시장은 중앙정부와 국회를 누비며 국비를 끌어오고 미래 신산업을 화성 서부권 등에 유치하는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뛰어야 합니다
Q4. 9월 1일 오늘 화성특례시의회 본회의에서 ‘지방채 1,500억 원 발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지방채 발행과 예산 운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전국 220여 개 지자체 중 경쟁력 1등, 재정자립도 1등이라며 연일 자랑해 온 화성특례시가 '1,500억 원의 빚(지방채)'을 낸다는 것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반도체 세수가 들어올 테니 미리 당겨쓴다고 하지만, 결국 수입(인풋)과 지출(아웃풋)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뜻입니다.
단적인 예가 '지역화폐'입니다. 제가 경제환경위원장 시절 400억, 500억 규모이던 것이 지금은 발행액 1조 원, 시비 지원금만 1,000억 원에 달합니다. 게다가 이 1,000억 원이 지역 상권에 실제로 얼마나 선순환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도 부족합니다. 시장 공약이라지만 한 번 쓰고 사라지는 소비성 예산에 1,000억 원을 쏟아부으면서 한편으로는 1,5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Q5. 부의장 역할을 하시면서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십니다. 화성시가 ‘화성형 복지기준선’을 수립하며 복지 정책을 다듬고 있는데, 현장에서 마주한 복지 사각지대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생애를 다루는 분야라 가장 어렵고 무겁습니다. 화성시 전체 예산의 40% 이상이 복지에 들어가고 복지기준선을 마련해 체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절박한 현장에는 온기가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관내 3만 2천여 장애인 중 '중증 와병 장애인'의 24시간 활동보조 문제를 보십시오. 한 달 30일(720시간)을 온전히 돌보려 해도 노동법상 야간과 공휴일 할증(1.5배)이 적용되면 실제로는 874시간 상당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지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매달 사나흘은 보호자 없이 방치됩니다. 활동보조사가 오지 못하는 날, 장애인분들은 배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물조차 마음대로 마시지 못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복지 수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문제입니다.
Q6. 현재 화성시의 권력 지형과 시민사회, 그리고 의회의 견제 기능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계십니까?
화성의 정치와 행정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완전히 쏠려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건강한 견제 세력과 활성화된 시민사회가 존재해야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긴장하고 시민 눈치를 보며 딴 생각을 못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쪽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밀어붙여도 막을 힘이 없습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모든 정책 실패와 재정적 데미지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갑니다. 중앙정치의 대립 구도가 지역에 그대로 투영되면서 대안 세력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시민사회가 깨어나 목소리를 내고 의회가 본연의 감시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Q7. 끝으로 시민과 동료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지금 화성특례시는 겉보기에 가장 풍요로운 '태평성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와 외적 팽창에 기댄 성장은 언젠가 완만한 정체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씀씀이는 커졌는데 세입이 줄어드는 순간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큰 위기가 닥칩니다. '지금이 바로 위기'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화성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집행부는 자만에 빠지지 않고, 의회와 시민사회는 한쪽으로 쏠린 권력을 매섭게 감시해야 합니다. 3선 시의원으로서 화성의 10년 뒤를 내다보며, 끝까지 중심을 잡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