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많은데, 우리는 무엇을 키웠을까?
화성에서 공연을 만들다 보면 여러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만나게 된다. 전문예술과 생활예술, 공연과 전시, 축제와 거리예술까지 분야도 많이 넓어졌다.
지원사업은 필요하다. 시민은 가까운 곳에서 여러 공연과 전시를 만날 수 있고, 지역 예술인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기회가 생긴다.
필자도 지원사업을 통해 여러 공연을 제작해 봤다. 솔직히 지원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공연도 있었다. 그만큼 현장에서 지원사업이 주는 도움은 크다.
그런데 공연을 마치고 정산까지 끝내고 나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해왔는데, 화성은 그동안 무엇을 키웠을까.
지원과 육성은 분명히 다르다
지원과 육성은 분명히 다르다. 지원은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면, 육성은 그 공연이 끝난 뒤에도 단체와 작품이 계속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참여했던 많은 지원사업은 한 해 단위로 진행됐다. 공모에 선정되면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한두 번 올린 뒤 정산한다. 다음 해가 되면 다시 사업계획서를 쓰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괜찮은 작품이 나와도 한 번 공연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공연을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무대 하나를 올리는 데 출연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습실과 공연장, 편곡과 악보, 홍보와 프로그램북, 사진과 영상, 음향과 조명, 무대 장비와 기술인력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다. 지원금을 받아도 부족한 비용을 단체가 부담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공연인데 한 번으로 끝나버리면 아깝다.
더 아쉬운 것은 작품이 성장할 기회다. 첫 공연을 해보면 부족했던 부분이 보인다.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고쳐야 할 것도 생긴다. 그것을 고쳐 두 번째, 세 번째 공연을 하면서 작품은 조금씩 자기 모습을 갖게 된다.
단년도 지원을 넘어 ‘3년 육성 체계’로
그래서 이제는 지원과 함께 ‘육성’을 생각했으면 한다.
가능성이 있는 전문예술단체와 작품이라면 한 번 지원하고 끝내지 말고 3년 정도라도 지켜보면서 키워보는 것이다. 첫해에는 작품을 만들고 다음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시 공연한다. 어느 정도 완성되면 화성의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더 좋아지면 다른 도시로 나갈 수도 있다.
한번 선정됐다고 계속 지원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매년 결과를 평가하고 잘하고 있다면 다음 기회를 주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단체와 작품에 기회를 주면 된다.
공연장 상주예술단체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여러 해 전부터 화성에도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공연장과 지역의 전문예술단체가 일정 기간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시민을 계속 만나는 것이다.
화성에는 이미 음악과 국악, 연극, 무용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민간 전문예술단체들이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단체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 제대로 한번 키워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화성에서 만든 공연을 다른 도시로
얼마 전 평택시가 문화예술행사에서 지역예술인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지역예술인 우선참여제’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는 지켜봐야 하고 화성이 그대로 따라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조금 부러웠던 것이 있다.
지역의 예술인을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하게 하고 성장시킬 것인가를 정책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화성도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외부의 좋은 공연을 가져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좋은 공연을 가져오는 일과 화성에서 좋은 공연을 만들어내는 일은 다르다.
두 가지가 함께 갔으면 한다.
밖에서 좋은 공연을 찾아오는 만큼 화성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좋은 공연도 찾아보고, 가능성이 있다면 다시 공연할 기회를 주고, 더 좋아지면 다른 지역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언젠가는 다른 도시에서 먼저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화성에서 만든 그 공연, 우리 지역에서도 한번 하고 싶습니다.”
그런 작품이 하나둘 생긴다면 그때는 우리가 무엇을 키웠는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몇 개의 사업을 지원했는지, 몇 번의 공연을 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한번쯤 물어봤으면 한다.
화성은 무엇을 키웠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키울 것인가.
그렇다면 그 방향은 누가 정하고 있을까. 그 과정에서 시민과 현장의 목소리는 얼마나 들어가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라인예술단 대표 김형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