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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시 산재사망 추모공간 디자인업체 입찰공고 중단과 전면 수정을 요구한다!

“노동안전 기억공간을 원했건만, 산업안전 문화공간이라더니 이제는 지역주민 휴식공간인가”

 

화성시와 아리셀참사피해가족협의회, 화성지역 노동시민사회로 구성된 화성시 산재사망 추모공간 노동시민사회위원회(이하 노동시민사회위)는 2025년부터 화성시 산재사망노동자 추모공간 조성을 위해 7차례 협의를 이어왔다. 그 결과 총사업비 5억 원 가운데 2026년 본예산으로 5,500만 원의 추모공간 설계 예산이 확정됐고, 지난 8월 26일 화성시가 디자인업체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그러나 이틀 뒤 공고 내용을 확인한 노동시민사회위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협의해 온 ‘산재사망노동자 추모공간’이 아닌 ‘산업안전 테마의 지역주민 휴식공간’으로 사업의 성격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고 명칭부터 과업지시서 어디에도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취지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산업안전의 무겁고 경직된 이미지를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휴식공간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참가자격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해 사회적 참사와 중대재해를 이해하고 이를 창작으로 표현해 온 예술가와 개인·팀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노동시민사회위는 현재 진행 중인 용역입찰을 즉각 중단하고, 그동안의 협의 내용을 반영해 과업지시서를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공간의 명칭과 목적을 바로잡아 ‘노동안전 기억공간’의 정체성을 지켜라.

노동안전 기억공간은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니다. 산재사망의 원인과 사회적 책임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함께 생각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노동시민사회위는 그동안 ‘산업안전 문화공간’이 아닌 ‘노동안전 기억공간’이라는 명칭을 일관되게 제안해 왔으며, 화성시 역시 이를 반영해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또한 공간의 목적 역시 단순한 ‘추모·사유·휴식’이 아니라 추모·교육·예방·치유의 공간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산재사망을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기억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과도한 참가자격을 완화하고 다양한 창작자의 참여를 보장하라.

현재 공고는 산업디자인, 공공디자인뿐 아니라 엔지니어링·기술사·전력기술 관련 등록 요건 등 여러 조건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면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제한적이다. 산재사망 추모공간은 건축·디자인 업체만의 영역이 아니다. 미술가, 예술가, 건축가 등 다양한 창작자와 개인·팀의 창의성이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5,500만 원 규모의 사업에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기준이 과연 현실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용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단순한 일반 용역업체 선정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참사와 산재사망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가진 전문가가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정위원회 구성도 재검토해야 한다.

 

셋째, 아리셀참사와 화일약품중대재해를 반드시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라.

아리셀참사와 화일약품중대재해는 화성시 산재사망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피해가족과 노동시민사회가 재발 방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게 한 중요한 사건이다.

따라서 두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특정 사건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대응 받지 못한 채 잊힌 수 많은 노동자들 역시 기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동시민사회위는 2025년 5차 협의회와 2026년 7차 협의회에서 이를 거듭 요구했고, 화성시도 과업지시서 등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공고와 과업지시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화성시는 약속한 협의 내용을 즉각 반영해야 한다.

 

넷째, 피해가족·노동시민사회·지역주민이 함께 결정할 수 있도록 세부계획을 수정하라.

현재 과업지시서에는 그동안 협의되지 않은 공간설명과 구체적인 재료, 벽화, 벤치 등의 내용까지 제시되어 있다. 세부 디자인은 이후 피해가족협의회·노동시민사회·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과업지시서에는 특정 디자인을 미리 제시하기보다 기본 방향과 원칙을 담고, 세부계획은 협의체의 결정에 따라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 화성시는 1년 8개월간의 협의 내용을 뒤집은 입찰공고를 즉각 중단하라!

- 다양한 창작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디자인업체 자격기준을 확대하라!

- 산재사망노동자 추모공간의 취지에 맞게 과업지시서를 전면 수정하라!

- 산재사망이 가장 많은 화성시에 지역주민 휴식공간이 아닌 산재사망노동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어라!

- 아리셀참사와 화일약품중대재해를 기억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노동안전 기억공간’을 조성하라!

 

2026년 9월 1일

화성시 산재사망 추모공간 노동시민사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