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플러스 박상희 기자

사전을 찾아보면 ‘판’이라는 글자는 ‘일이 벌어진 자리’ 외에도 승부를 겨루는 도박의 자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오죽하면 선거 과정을 ‘선거판’이라 부르겠는가. 판이 깔리는 순간 그곳은 이성과 합리적 소명보다 기세와 프레임, 승패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생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선거를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대치 중인 화성시 ‘가’선거구의 한 후보와 모 당의 공방도 이 ‘판’의 생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자는 얼마 전 해당 후보를 마주했다. 그의 손에는 수년간의 재무제표와 등기부등본 등 수백 장의 문서가 들려 있었다. 이 후보는 한 시간 동안 서류에 형광펜을 쳐가며 비상장주식 평가액 변동과 부동산 개발업의 회계 구조를 열변했다. 억울함과 청렴함을 증명하겠다는 절박한 진심이 읽혔고, "객관적 자료로 완전히 소명할 수 있다"라는 목소리엔 분명 힘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선거판은 후보의 진심과 해명만으로 쉽게 흘러가지 않는 곳이다. 설령 이 후보의 소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법적인 시시비비가 최종적으로 가려지기 전에 선거는 끝이 날 확률이 높다. 게다가 판을 흔드는 자극적인 키워드인 ‘18억 증가’가 더 빠르게 유권자의 뇌리에 남을 것이 뻔하다. 또한 모 당 측이 제기한 “남편은 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이고 배우자는 부동산개발회사 사장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검증 대상”이라는 주장 역시 선출직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유권자의 정서와 상식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진영 간의 대리전으로 판이 키워지면서 사안은 ‘당 대 당’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선거판에서 검증의 서늘한 칼날이 어디 해당 후보 한 사람만을 겨냥하라는 법이 있는가. 당 대 당 전면전으로 판이 과열될 경우, 베일에 싸인 또 다른 어떤 후보가 유권자의 심판대에 오를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기자의 마음속에도 복합적인 질문들이 교차한다. 형광펜을 그어가며 결백을 주장하던 후보의 땀방울도 사실일 것이고, 선출직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특정 당의 주장, 시민의 서늘한 눈초리 역시 엄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과연 언론은 선거판이라는 야생의 도박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팩트와 프레임이 뒤엉킨 혼돈 속에서 진실을 걸러내는 일은 생각보다 외롭고 고된 작업이다. 자칫 양측의 억울함과 당위성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진 않을지, 혹은 정당한 검증의 칼날마저 무디게 만드는 방어벽이 되진 않을지, 펜 끝을 움직일 때마다 본질적인 의문이 꼬리를 문다. 무엇이 악의적인 공세이고 무엇이 정당한 검증인지 가려내는 냉철한 심판관은 결국 유권자인 화성시민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