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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5세 정년 법제화', 국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윤민희
전)기아자동차노동조합 화성지회장
현)화성우분투포럼 대표

 

대한민국의 인구 시계가 멈춰 서고 있다.
2025년, 우리나라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경고는 더욱 서늘하다. 2036년 노인 비중 30%를 거쳐, 2072년에는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되는 충격적인 미래가 예고되어 있다.
반면 경제를 지탱할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반토막 수준인 45.8%까지 급락할 전망이다. 일할 사람은 사라지고 부양해야 할 인구만 늘어나는 이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년 연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년 연장, '세대 갈등' 아닌 '기술 혁명'의 관점에서 봐야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세대 간 밥그릇 싸움'이 될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놓친 시각이다.
오늘날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근본 원인은 고령 노동자의 잔류가 아니라,
설비 자동화, AI 전환, 스마트 그리드 도입 등 급격한 '산업 구조의 대전환'에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전반에서 추진되는 디지털 전환은 노동 시장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즉, 지금의 고용 문제는 세대 간의 대립이 아니라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노동력이 어떻게 적응하고 재배치되느냐의 문제다.
고령 인력의 숙련된 경험을 첨단 기술과 결합하여 생산성을 유지하는 '신(新) 고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유연한 계속고용'이 주는 교훈
우리보다 앞서 매를 맞은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만 하다.
일본은 2013년 65세 정년을 법제화한 데 이어, 2021년에는 70세 취업 기회 확보를 기업의 의무로 규정했다. 주목할 점은 '노사 자율 기반의 유연성'이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제도 중 각자의 경영 환경에 맞는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 60~64세 취업률은 73%에 육박하며, 노인 빈곤 해결과 노동력 부족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는 정년 연장이 국가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득 크레바스 방치, 국가적 직무유기다
해외 선진국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독일과 스페인은 정년을 67세로 상향 중이며, 미국과 영국은 연령에 의한 퇴직 자체를 차별로 간주해 정년제를 폐지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2016년 '60세 정년' 법제화 이후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늦춰지는데 정년은 그대로인 탓에,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단절되는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 구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이 공백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제도의 변화는 우리의 결단에 달려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자연재해처럼 막을 수 없지만, 제도의 변화는 우리의 결단으로 바꿀 수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 법제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인구 절벽이라는 벼랑 끝에 선 지금, 더 이상의 지체는 파국을 의미한다.
65세 정년 시대는 단순히 노후를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대적 과업이다.
미래 세대에게 부양의 짐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 당장 '65세 정년 법제화'를 결단해야 한다.